찬양고무죄 폐지될까…이른 시일내 손질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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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보안법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라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로 국가보안법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정부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을 엄격히 제한, 시행함으로써 남용의 여지가 없어졌다며 국내외의 폐지압력을 피해왔다.

그러나 인권이사회는 이날 남북 대치라는 한국의 특수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정면으로 지적,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더구나 인권이사회의 권고가 공식적으로는 지난 91년부터 95년까지의 인권상황에 대한 견해 표명이지만 최근 상황까지 종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이사회가 특히 문제삼은 것은 제7조 찬양.고무죄. 이 조항에 대해선 조속히(urgently) 개정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이사회는 "의사표현이 우연히 이적단체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그 단체에 대한 동정심을 표현한 것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에서 인정하는 제한의 범위를 넘어선다" 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람의 90% 이상이 제7조 위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재야 인권단체는 '제7조 폐지〓국보법 폐지' 로 간주하고 이 조항을 폐지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국민회의도 상당 부분 이같은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론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며 폐지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제7조를 폐지할 경우 국가보안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여기엔 일부 정당.보수단체의 반대의견도 한몫했다.

그러나 인권이사회가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온 이상 정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제7조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사회의 권고사항은 강제력이 없지만 조약에 가입한 정부로서는 ?@?견해를 존중하고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사회가 "준법서약제도가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에 대해 차별적으로 적용되거나 석방의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고 지적한 데 대해서 법무부는 정정신청을 요구할 방침이다.

지난 8월 장기수 56명 중 49명이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사면한 만큼 '지적사항' 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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