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흥행(興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보고 싶은 영화나 뮤지컬을 정하는 기준은 뭘까. 전문 평론가들의 좋다는 평? 일반 관객들의 입소문? 평론가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얻고 일반 관객들한테서도 큰 호응을 받아 제작회사나 배우들이 큰돈을 벌게 되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흥행’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그 뜻풀이가 ‘대중을 상대로 하여 연극·영화·서커스·쇼 등의 볼거리를 영리 목적의 사업으로서 공연하거나 상영하는 일’로 나와 있다. 간추리면 돈을 벌기 위해 볼거리를 대중에게 보여 주는 일이다.

사전의 정의대로 풀이하자면 ‘흥행에 성공[실패]하다’는 각각 작품을 대중에게 보여 주는, 다시 말해 영화관이나 공연 무대에 올리는 일에 ‘성공[실패]하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그 영화는 흥행에 성공[실패]했다”는 예문을 곰곰 생각해 보자. 언중이 ‘흥행’을 이런 뜻으로 사용하는지. 외려 이런 볼거리가 영화관이나 공연장에 올려져 관객의 호응을 얼마나 얻느냐에 따라 돈벌이가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뜻으로 쓴다. 나아가 ‘흥행 여부[영화 톱10]’ ‘흥행작’ 등에 이르면 더욱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뜻풀이만으론 부족하다는 얘기다.

최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