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정세균의 행보’ 보면 재·보선 판세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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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당 대표의 일정을 보면 판세가 보인다’.

정치권의 통념이다. 일방적으로 앞서거나 뒤지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곳에서 단 한 표라도 더 얻는 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10·28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각 당이 당 대표의 지원유세 동선(動線) 짜기에 고심하는 이유다. 재·보선 지역은 수원 장안, 안산 상록을, 강릉, 증평-진천-괴산-음성, 양산 등 5곳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재·보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5일 이래 강릉을 찾은 건 단 한 차례다. 19일 오후 임당동~성남동~주문시장을 돈 게 다다. 당 대표실에선 “강릉은 거리가 멀어 한 번 가면 하루가 다 가 자주 지원유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내에선 “강릉 판세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대신 정 대표는 수원 장안을 자주 찾는다.

성균관대역에서 세 차례, 화서역에서 한 차례 출퇴근 인사를 했다.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와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접전을 치러 여야 모두 승부처로 여기는 곳이다.

16일의 경우 오후에 안산 상록을에 ‘다녀온’ 것을 빼곤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7시50분까지 수원 장안 곳곳을 누빈 일도 있다.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원 횟수가 많아지는 곳이다. “열세라는 예상과 달리 해볼 만한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4개 시·군이 묶인 이 선거구에서 정몽준 대표는 경대수 후보의 고향(괴산, 유권자 3만1000명)을 뺀 음성(7만 명)·진천(4만7000명)·증평(2만5000명)을 주로 돌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일정도 전략지에 쏠려 있다. 충북과 안산 상록을을 주로 공략하고 있는데 정몽준 대표와 달리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스타일의 유세를 한다.

충북엔 16일과 17일 연속으로 찾았다. 정범구 후보의 고향인 음성군의 음성읍·금왕읍·대소면과, 진천군의 진천읍·광혜원면 등을 두루 돌았다. 정세균 대표는 그곳에서 “이번 보선에서 (의원직을 박탈당한) 김종률 전 의원이 못 다 이룬 꿈을 정범구 후보가 이루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18일과 20일엔 아예 안산 상록을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접전지인 수원 장안 방문은 뜸하다. 15일과 19일 오후 등 두 차례만 찾았다. 손학규 전 대표가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엔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고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노무현 인사들에게 맡긴 모양새다. 철저하게 역할 분담형 지원유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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