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 이근안 자수] 민가협상임의장 ' 고문 사라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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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고문은 인간을 파멸시키는 비인권적인 행위입니다."

지난 13년간 이근안(李根安)전 경감 추적에 헌신해온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상임의장 임기란(林基蘭.70.서울 관악구 봉천동.사진)할머니는 李씨가 자수했다는 소식에 "다시는 이 땅에서 '고문' 이란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林할머니는 막내 아들 박신철(朴信哲.34.회사원)씨가 85년과 86년 두 차례 구속돼 물고문을 당하자 그를 87년부터 지금껏 추적해왔다.'시달렸던 林할머니가 李씨 추적을 시작한 것은 그가 잠적하기 1년6개월 전인 87년.

김근태(金槿泰.52) 전 민청련(民靑聯)의장을 비롯, 남영동 분실에서 고문을 당하고 그해 6월항쟁으로 출소한 학생.재야인사들이 입을 모아 무시무시한 고문기술자를 얘기했던 것. 이들은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반달곰' 이란 별명을 가진 이 경찰관이 솥뚜껑만큼 손이 크다는 것 등 공통점을 제시해 林할머니와 민가협에 추적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88년 12월. 노력 끝에 언론에서 李씨를 고문기술자로 지목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검.경이 보도 3일 후에야 수배령을 내려 그를 체포하지 못했다.

이에 林할머니는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집회를 연 뒤 민가협 차원에서 현상금 1백만원을 내걸고 전단과 스티커를 전국에 뿌려 '국민수사' 를 선언하고 나섰다'.

89년 3월엔 "이근안이 경주에서 서울행 버스를 탔다" 는 잘못된 제보를 받고 민가협 어머니들과 함께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나가 선 채로 8시간여 동안 감시하기도 했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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