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음
아득한 꿈길 열어 쉬엄쉬엄 걸어왔다
꽃가마 둘러메는 흰구름도 덩달아 웃는
나직한 옷고름선에 시집가는 햇덩이
청어빛 바다 바람이 암벽에 부딪치며
맹수의 울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면
해조음 날 선 빛빛이 그물망에 걸려온다
파도에 채를 써는 하얀 달빛 그리움을
뱃전에 부딪혀서 포말을 일구어 낸다
추억의 그림자 조차 물밑으로 비늘 깔며
나를 지축삼아 세상이 돌아갈 때
수평선 감아올린 팽팽한 줄끝에서
태양을 과녁 삼아서 활시위를 당긴다
김병환 <울산광역시 남구 야음3동 712-6 야음주공아파트 29동103호>울산광역시>
호박 넝쿨을 보면
무덤처럼 시린 가슴 팽그르르 젖이 돌고
오소소 이는 소름 까실한 살빛 푸르도록
단단한 슬픔의 독기
자꾸만 웃자라는가
눈물방울 새겨 넣는 외길은 또 휘돌고
누워, 지쳐 누워 그렇게 뒤척이는데
언제나 나를 찾는 덩굴손
또, 허공에 떨고 있다.
살아있는 목숨으로 지상에서 흔들릴 때
꺼칠한 바람속 견딜 길 없어도
모정의 순을 틔우며
야위는 어.머.니
선안영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동 금호아파트 105동1008호>광주광역시>
친정집 소묘
오랜만에 다섯 자매 다 모인 친정집에
어머니는 쉴새없이 싱글벙글 웃으시네
툇마루 잠자던 먼지 눈비비며 일어나고.
양은솥 멸치국물에 뜬 수제비 자맥질하고
옛얘기 양념되어 구수한 내음 피워대면
어머니 혼자 드시던 소반도 같이 들썩들썩.
잦아드는 정담 속으로 하품이 몰려들고
어머니 코고는 소리 베개삼아 잠이 들면
방문 위 낡은 사진틀로 돌아가는 이야기들.
심석정 <울산광역시 중구 복산2동 성지아파트 101동905호>울산광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