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현씨 누구인가] 평소에도 'DJ전문가' 자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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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언론대책 문건을 만든 문일현(文日鉉.41)씨는 지난해 8월 중앙일보를 휴직했다.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더 공부하고 싶어서' 라는 게 당시 文씨의 휴직 이유였다. 그는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대학 국제정치대학원의 정치학 박사학위 과정에 재학 중이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외국어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그는 84년 중앙일보에 입사했으며 베이징 특파원으로 97년 '덩샤오핑(鄧小平)사망' 을 특종 보도,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文씨가 이종찬 국민회의 부총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정치부 기자로 재직 중이었던 92년 민자당 대선 후보 경쟁 때 李후보 진영을 취재하면서부터다. 그 후 李부총재와는 막역한 교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언론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베이징 특파원(94년 7월~98년 1월)시절, 李부총재가 중국에 들를 때면 꼭 文씨를 격려차 따로 불렀다는 게 주변의 전언.

文씨는 중국에 체류 중이던 97년 대선 직전은 물론 올 5월 李부총재가 국정원장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李부총재와 개인적 연락을 유지하며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특파원을 마치고 지난해 3월 정치부 국민회의 출입 기자로 복귀한 文씨는 당시 이종찬 국정원장이 출석하는 정보위가 열리면 국회 5층의 정보위 회의실에 들러 李부장을 직접 만나고 돌아가는 모습도 목격됐었다.

북풍(北風)사건 때는 李부장이 정보위에 출석하고 돌아가는 길에 文씨가 주변의 많은 기자를 따돌리고 李부장의 차에 동승해 가기도 해 국회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민회의 출입 기자 시절 文씨는 청와대 K비서관 등 지연.학연으로 얽힌 여권의 인맥을 활용, 심층기사를 취재.보도해왔다.

평소 'DJ 전문가' 를 자처한 그는 후배 기자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운영.철학을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文씨가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직전에는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인 국민회의의 H.K.C의원들이 잇따라 환송연을 해줘 文씨에 대한 '애정' 을 표시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은 '문건'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마치 중앙일보측에서 文씨로 하여금 이 문건을 만들게 한 뒤 정형근 의원에게 제공한 것처럼 주장, 文씨를 '사지(死地)의 희생양' 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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