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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아이들 ‘산 넘어 통학’시킬 생각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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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천안 청수지구 중흥S클래스에 입주예정인 주부 김은경씨가 딸 다연이와 함께 ‘산길 통학로’를 걸어보고 있다. [조영회 기자]

“다연아, 이 길로 학교 다닐 수 있겠니?”

주부 김은경(37)씨는 최근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연말이면 천안 청수지구에 있는 중흥S클래스아파트에 입주해야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인 딸(최다연·7)이 걱정이다. 다연이가 앞으로 전학해야 할 삼거리초등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작은 산’ 하나를 넘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김씨는 아이가 앞으로 혼자 다녀야 할 산길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고 있다. 위험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16일에는 다연이를 직접 데리고 산길 통학로를 다녀온 김씨. 딸의 안전을 위해 ‘입주 포기’까지 생각 중이다.

청수지구 중흥S클래스아파트에는 모두 504가구가 입주한다. 10년 임대아파트라 입주자 대부분이 젊은 층이다. 천안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 자녀 중 초교생이 200명을 넘는다. 모두 삼거리초교에 다녀야 한다. 같은 시기 입주하는 주공아파트까지 합하면 ‘산길 통학’ 예정 학생은 300여 명으로 늘어난다.

중흥S클래스 아파트 단지에서 삼거리초교까지 연결되는 통학로는 이 산길이 유일하다. 입주 예정자들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천안시와 천안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입주자 모임 박종성 총무는 “분양 당시 안전한 통학로가 개설된다고 해서 입주를 결정했다. 건설사가 말한 통학로가 이런 산길인 줄 알았으면 절대로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 확인한 결과, 산길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다니기에는 경사가 너무 높고 인근에 민가조차 없을 뿐 아니라 굽어 있어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곳도 있었다. 더욱이 열병합발전소 쪽은 낭떠러지라 위험했다.

학부모 중 상당수는 입주를 포기하던지 아이가 좀 힘들더라도 다니던 학교를 계속 다니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또 일부는 그나마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구성초교나 청수초교로 전학을 보내고 싶어 하지만 통학 구역이 달라 허용되지 않는다.

천안시는 11월 초까지 산길 통학로를 6m로 넓히고 경사를 낮춰 포장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가로등이나 CCTV 등 방범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열병합발전소 쪽으로는 추락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시설을 할 방침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걱정은 줄지 않고 있다. 한 학부모는 “CCTV는 아이들이 통학 길에 문제가 생기면 증거자료는 남길지 모르지만 사전에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다. 얼마 전 천둥 번개가 치던 날 통학 길을 지나는데 어른인 나도 무서울 정도였다. 아이가 그 길로 통학한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았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굽어있는 산길을 직선화해 시야라도 확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흥S클래스 관계자는 “통학로 문제는 청수지구 사업주체인 천안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현재 시공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입주자모임과 함께 만원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관계자는 “현재 산길이 유일한 통학로인 만큼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통학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 굽은 도로를 직선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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