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전 미국국무 "비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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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2일 낮 청와대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자문단과 오찬을 함께 하며 국내 경제개혁, 인도네시아 정정, 환경 보전 등 다양한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金대통령〓여러 현명한 지도자들로부터 조언을 받음으로써 전경련만이 아니라 한국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키신저〓경제개혁과 정치개혁 문제를 오래 생각해온 분이 지금 한국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지도자는 국민을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래로 인도하는 용기와 비전이 필요한데, 한국은 지금 대통령의 지도아래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리콴유(李光耀)전 싱가포르 총리〓70년 내가 처음 베이징(北京)을 방문했을 때 골프가 그쪽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으나 지금 중국 지도자들은 모두 골프를 친다. 북한에도 그런 변화가 올 수 있으니 한국이 북한을 설득해 남북한 골프경기를 하면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오너 루딩 시티은행 부회장〓대우문제의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는 대우와 다른 재벌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에 접근하는데도 영향을 줄 것이다. 국제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

▶金대통령〓솔직하고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했으나 거시지표가 좋아졌다고 안일해지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있다. 재벌개혁은 중단없이 할 것이다. 대우 개혁은 당초 연말까지 계획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커져 11월초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리콴유〓싱가포르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아시아에선 기업 창업자가 경영권을 가족내에 두려 한다. 기업이 커지면서 증시에 상장은 하지만 재벌들은 주주를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경영하는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에선 특히 금융분야에 이런 식의 가족경영이 많아 미국에서 배워온 방법으로 해결했다.

▶金대통령〓사외이사제나 추천위제도는 우리도 시작했다. 우리는 또 소액주주들의 재벌경영 실태파악과 시정요구 등 법적 대응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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