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정답을 맞힐 수밖에 없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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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교육도 못 받은 자말이 어떻게 거액이 걸린 퀴즈의 답을 맞췄나?”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다. 영화를 보면 소년의 삶 자체가 답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의문은 남는다. 정말 퀴즈는 맞추는 것일까?

퀴즈의 답은 맞추는 게 아니라 맞히는 것이다. “답을 맞췄나” “답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퀴즈는 맞추는 것일까”는 모두 ‘맞혔나’ ‘맞힐’ ‘맞히는’으로 고쳐야 의미가 통한다.

문제에 대한 답을 틀리지 않고 적중시켰다는 뜻의 단어로는 ‘맞추다’가 아닌 ‘맞히다’를 써야 한다. “정답을 맞추다”고 표현할 경우 어떤 문제를 풀어 옳은 답을 찾아냈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적은 답과 정답을 비교해 본다는 의미가 된다.

‘맞추다’는 “문제집을 다 푼 뒤에 답안지의 답과 맞춰라”처럼 둘 이상의 일정한 대상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다, “깨진 조각들을 다시 잘 맞춰 붙여라”와 같이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이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정답을 골라내는 건 ‘맞히다’, 대상끼리 서로 견줘 보는 건 ‘맞추다’로 써야 한다. ‘알아맞히다’ 역시 ‘알아맞추다’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수께끼를 알아맞히다”처럼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eunhee@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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