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벼랑끝서 '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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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롯데의 이름 앞에 '기적' 이란 말을 붙여도 좋다. '기적의 롯데' 가 삼성을 따돌리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롯데는 이 과정에서 '짓밟혀도 죽지 않는' 잡초의 근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승3패 뒤 내리 3연승. 그 근성의 잡초는 결국 대망의 한국시리즈행 언덕을 넘었다.

그리고 20일 7차전은 롯데가 보여준 '잡초근성' 의 진수였다.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홈런(7개)이 기록된 연장 11회의 승부. 롯데는 몇번씩 '죽을 고비' 를 넘기면서 결국 승리라는 달콤한 열매에 입을 맞췄다.

3승3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총력전을 펼쳤다. 총력전의 시작은 이번 플레이오프의 화두 '홈런' 이었다.

삼성이 먼저 기선을 잡았다. 4회말 이승엽과 김기태의 '징검다리' 솔로홈런으로 2 - 0. 이어 롯데가 6회초 호세.마해영의 랑데부포로 2 - 2의 균형을 이뤘고 내친 김에 7회초 김응국의 적시타로 3 - 2로 앞섰다.

역전을 허용한 삼성은 8회말 김종훈의 재역전 2점홈런과 이승엽의 솔로포로 다시 5 - 3으로 앞서며 승리를 결정짓는 듯했다. 9회초 마무리 임창용이 원아웃을 잡아낼 때까지 아무도 삼성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는 자신들의 패배를 믿지 않았다. 밟힐수록 강해졌고 마지막 순간에 결국 살아났다. 9회초 원아웃, 대타 임수혁의 동점 2점홈런은 그렇게 터져나왔다.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가는 극적인 5 - 5, 동점홈런이었다. 연장에서도 기세는 삼성쪽에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포기할 줄 몰랐다. 10회말 1사만루에서 마지막 남은 투수 주형광이 김한수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2사 후 김민재는 정경배의 내야안타성 타구를 기막히게 잡아냈다.

운명의 11회초. 임재철이 포문을 열고 김민재의 적시타가 터져 롯데의 결승점이 만들어졌다. 6 - 5. 11회말 주형광은 내리 세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마운드에서 울부짖었다.

한편 3차전에서 팀에 첫 승리를 안긴 데 이어 6차전에서도 호투했던 박석진이 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됐다.

대구〓이태일.심재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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