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성화재배 준결승 28일 유성서 결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누가 이창호(24)9단을 꺾을 수 있을까. 이9단은 지난 2년간 치러진 여덟차례의 메이저급 세계대회에서 여섯번 우승했다. 우승횟수든, 상금이든 다른 기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준결승을 앞둔 삼성화재배를 놓고 이창호9단과 일본의 본인방 조선진(29)9단이 결승에서 만나리란 예상이 무성하다.

이 예상은 상승세의 조선진이라면 이창호와 좋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다름아니다.

이번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프로든 아마추어든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은 누가 이창호의 우승을 가로막을까였다.

하지만 이9단은 단판승부의 험로를 뚫고 한국기사로서는 유일하게 준결승까지 왔고 일본의 신예강자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7단과의 준결승도 무난히 통과하리란 전망이다. 조선진9단은 일본의 히코사카 나오토(彦坂直人)9단이란 힘든 관문을 넘어서야 이창호를 만날 수 있다.

조9단은 준결승에 진출한 뒤 소감을 묻자 "이창호가 너무 강해서…" 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이9단과의 대결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사실 최강 이창호와의 진검승부는 프로기사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기회며 조9단도 그점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28일 대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벌어질 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선수권대회 준결승전. 중국은 완전 탈락하고 한국1명에 일본 3명이 올라왔다. 겉모습은 일본의 대우세다.

그러나 일본의 본인방으로서 이번 대회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채 선전하고 있는 조선진9단은 70년 광주(光州)에서 태어나 17년전에 도일한 한국인이다.

◇ 이창호9단 - 야마다 기미오7단 전〓서로 대국한 적이 없어 미국의 도박사들도 승률을 점치기 어려울 것이다. 이9단이 처음 만난 상대에게 약하다는 점도 이변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한다.

그러나 한국기원의 분위기는 이9단의 3대1 우세. 바둑에서 3대1이라면 매우 일방적인 승부를 의미한다. 이번 대회 16강전과 8강전에서 수비와 타개에 능한 야마다7단은 공격적으로 나온 유창혁9단과 김승준6단을 모두 백을 들고 꺾었다.

하지만 이번엔 스타일이 비슷한 이창호9단이다. 기풍이 비슷하면서 실력차이가 나면 그 차이가 더욱 증폭된다는 점을 감안해 야마다의 승리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 조선진9단 - 히코사카 나오토9단 전〓조선진9단은 과거 일본식의 이론적인 실리바둑을 구사했으나 최근 스타일이 좀더 강인하고 실전적으로 변하면서 조치훈9단으로부터 본인방 타이틀을 따냈다. 생명력이 좋은 한국바둑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이로부터 승률은 물론 기세가 크게 좋아졌다. 8강전에서 중국 왕레이(王磊)8단의 대마를 함몰시킨 것도 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히코사카9단도 만만치 않아 조9단이 5.5대4. 5 정도로 우세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히코사카는 일본 10단전 우승자였으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에게 타이틀을 뺏겼다. 힘이 좋아 한국식에 강하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