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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비리질주'…말 컨디션 알려주고 우승예상마 질주방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브로커가 낀 경마 부정행위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동채(鄭東采.국민회의)의원에 의해 구체적으로 폭로되면서 경마비리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鄭의원은 경마장 관계자에게 산삼뿌리.현금.향응 등이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수원지검 강력부(宋明錫부장검사)는 18일 국감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경마로 탕진한 재산을 되찾기 위해 과천 경마장 관계자들의 핸드폰을 상습적으로 도청한 黃모(40)씨가 지난 15일 법정 구속되기까지 하는 등 수법이 지능.첨단화하고 있다.

경마비리로 92년엔 조교사 2명이 자살하고, 95년엔 조교사와 기수 5명이 구속됐었다. 종종 드러나는 경마비리 실태를 추적해 본다.

◇ 꼴찌마 조련〓종래엔 경주장에서 특정한 말의 전력질주 여부에 대해 기수와 경마 참여자가 사전에 약속한 신호로 정보를 주고 받는 수준이었다. 최근엔 더 나아가 평소 실적이 저조한 출주말(일명 똥말)을 일정기간 동안 은밀하게 혹독한 훈련을 시켜 출전시키는 방법도 쓴다고 한다.

'똥말' 이 예상을 뒤엎고 우승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런 정보를 얻은 경마꾼이 마권 2백35만원을 산 뒤 3억8천만원을 챙긴 사례도 수사에서 나타났었다.

◇ 규정무게 이하 경주〓지난 97년 입상마가 규정이하의 무게로 경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말썽을 빚은 적이 있다.

기수.안장.장식품 등을 합쳐 56㎏을 짊어지고 뛰어야 하지만 4㎏이나 가벼운 상태로 뛴 것으로 밝혀졌다.

관람객들은 당시 "0.01초 차이로 1~2위가 가려지는데다 우승마와의 배당률이 천지 차이" 라며 "지능적인 조작" 이라고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 질주 방해〓주행능력이 뛰어난 경마에 대해 여러가지 형태로 최고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기수가 물리적인 힘이나 기술을 가하는 사례가 있다는 게 경마장 주변의 소문이다. 출발 직후나 각축을 벌여 혼잡할 때 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 말의 컨디션 유출〓경주마의 그날 그날 컨디션에 대한 정보유출은 절대 금물이다. 그러나 갖가지 손놀림으로 말의 건강상태를 알려주고 그 대가를 주고 받는다는 비리가 있다고 경마 참여자들은 주장한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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