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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부대 활동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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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타운스빌.로스팔로스〓김종문 기자, 연합뉴스 황대일 기자]동티모르 로스팔로스 도착 이틀째를 맞은 상록수부대 선발대는 17일 주둔지 정비와 경계활동 전개 등 본격적인 평화유지활동에 들어갔다.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선발대 대원 1백50명 가운데 1제대는 이날 기상한 뒤 곧바로 주둔지 주변의 오물과 쓰레기 등을 치우고 오는 22일 본대병력이 사용할 건물 보수작업을 벌였다.

또한 장교들은 주민 대표들과 접촉, "유엔의 결정으로 동티모르 병력과 평화정착을 돕기 위해 파견됐다" 며 협조를 당부했고 주민들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고 약속했다.

주민들은 특히 방화 등으로 인해 장티프스.말라리아.뎅구열 등 각종 질병이 창궐하고 있음에도 불구, 병원 등 치료시설이나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지원을 호소했다.

선발대는 이날 로스팔로스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콤 항구에 도착한 물자 수송선의 하역작업이 완료되는대로 의료진을 동원,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활동을 펼 계획이다.

선발대는 이와함께 민병대의 공격에 대비, 주둔지 주변에 목재와 철조망 등으로 임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주민들의 통행을 제한하는 등 경계활동을 전개했다.

콤 항구에 들어간 선발대 2, 3제대 병력은 이날 도착한 물자수송선에서 장갑차와 트럭, 전투식량, 의약품 등 각종 물자를 내리기 시작했으며 오는 20일까지 계속될 하역작업에 대비해 경계활동도 강화했다.

상록수부대가 16일부터 평화유지활동에 들어간 로스팔로스는 다국적군이 나눈 동티모르내 3개 작전권역 가운데 한국군 책임지역. 상록수부대는 해발 5백m의 고원지대인 로스팔로스를 중심으로 동서 50여㎞, 남북 40여㎞에 이르는 라우템지역 전체를 관할하게 된다.

라우템 지역의 전체 인구는 2만여명이고, 이들중 5천~8천명이 로스팔로스에 거주하고 있다.

전체 주민 가운데 90%가 가톨릭 신자이고 나머지는 불교와 힌두교.회교를 믿고 있어 종교적 갈등은 심한 편이다. 날씨는 낮 기온이 28~30도 정도로 우리나라의 여름날씨와 비슷하다.

이 지역은 한때 40여명의 민병대가 활동했으나 다국적군이 배치된 뒤 대부분 자수하거나 서티모르로 도주, 동티모르에서 가장 안전한 곳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민병대 공격을 피해 산악지대로 이동했다가 다국적군이 들어온 이후 마을로 복귀하기 시작, 현재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평온을 되찾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이 대부분 동티모르 독립에 찬성하고 민병대 활동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상록수 부대의 안전에는 큰 위험이 없을 것" 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위험요인도 적지 않다. 주민들과의 언어소통이 원활치 않은데다 독사와 독충.독초 등이 곳곳에 널려있어 부대원들은 더운 날씨에도 군복을 쉽게 벗을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식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부대원들은 한국에서 가져간 정수차에서 물을 받아 마시고 있으며, 주요 도로 등에 매설된 지뢰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상록수부대는 이같은 위험요인을 감안해 당분간 로스팔로스 시내에서만 치안활동을 벌이고 각종 장비지원이 이뤄진 뒤 작전범위를 산악지역으로까지 확대, 본격적인 수색 및 정찰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2백50여명의 상록수 부대 본진은 현재 호주 동북부 타운스빌에서 훈련중이며 22일께 현지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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