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은행장 처리 공정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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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주 금융감독 당국이 김정태 국민은행장 징계 방침을 밝혔다. 국민은행이 자회사인 신용카드사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5500억원 규모의 회계처리를 잘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감독 당국은 회계기준 위반을 문제삼아 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김 행장에 대해 연임이 불가능한 '문책적 경고'를 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처리는 원칙과 절차 면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우선 국민은행의 회계기준 위반이 문책적 경고를 받을 정도의 '중과실'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감독 당국의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회계기준을 제대로 지킨 외환은행.외환카드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은행 측은 회계기준이 모호한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가는 물론 국세청의 자문까지 받아 처리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렇게 국세청 자문까지 받아 내린 결정을 중과실이라고 판정한 것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담당 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에서 외부 회계전문가 대부분이 중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자, 증선위가 감리위원회의 토의 내용을 무시하고 중징계 방침을 결정했다고 한다. 또 김 행장에 대한 공식 징계 절차가 다음달에 이뤄지는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직접 나서서 중징계 방침을 '굳이' 강조했다. 감독 당국이 원칙과 절차를 도외시한 채 중징계 방침을 밀어붙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그래서 김 행장이 LG카드 처리 등에서 정부의 입장에 반대했기 때문에 정부가 김 행장 죽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증시에서 국민은행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김 행장에 대한 평가나 그의 거취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은행장 징계가 투명하고 공정한 원칙과 절차에 의해 이뤄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절차가 공정해야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구조조정을 한 금융산업을 이제 다시 경제관료들이 틀어쥐려 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