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이버훈련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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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해킹 등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모의훈련을 한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시민단체 명의의 e-메일을 보냈다가 문제가 되자 관련 시민단체에 사과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지난주 을지연습 기간 중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명의로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이라는 e-메일을 국가.공공기관에 발송했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외국에서 국내 인사나 단체를 사칭하는 e-메일이 공무원에게 전달돼 이를 열어 볼 경우 국가기관의 홈페이지가 해킹되거나 공무원 개인용 컴퓨터의 정보자료가 유출되는 일이 많아, 공무원들의 보안상태를 점검하려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측이 보낸 이 e-메일에는 "참여연대는 부패 공무원의 추적을 통해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을 작성했다. 언론 공개에 앞서 소명 기회를 주고자 한다"는 내용과 함께 첨부파일이 들어 있다.

이 같은 모의훈련 결과 지난해 을지연습 기간에는 발신인이 불분명한 전자우편을 열람한 공무원 비율이 31%였으나, 올해는 8%로 떨어져 보안의식이 다소 강화됐다고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는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29일 "정보기관이 시민단체 명의를 도용한 메일을 정부 부처에 배포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정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내는 등의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이버안전센터는 "시민단체의 동의 없이 명의를 임의로 사용한 것은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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