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텔레콤99'쇼] 1,000여개 업체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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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제네바=이민호 기자] 세계전기통신연합(ITU)이 4년마다 여는 '텔레콤' 제네바쇼는 정보통신분야의 큰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행사. 올해 텔레콤99의 화두는 단연 '개인휴대영상휴대폰(IMT-2000)' 이다. 이는 휴대폰을 이용해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주고 받는 최첨단 기술이다.

지난 텔레콤96에서는 차세대 디지털 휴대폰의 기술을 놓고 유럽방식(시분할다중접속.TDMA)과 미국방식(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 첨예한 경쟁을 벌였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사의 스콧 맥닐리 회장은 이번 행사(9~17일)의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앞으로의 통신기술 발전 방향은 인터넷이 '필수' 이고,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영상화' 와 이를 휴대폰으로 주고 받는 '이동성' 으로 요약된다" 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행사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1천여 통신업체들은 IMT2000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최첨단 휴대폰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또 지구촌에서 몰려든 참관객도 공식 등록인원만 20만명에 달했다.

◇ 동영상휴대폰 대격돌〓일본의 NEC.NTT도코모, 스웨덴의 에릭슨, 미국의 모토로라, 핀랜드의 노키아, 한국의 삼성전자.LG정보통신 등 대부분의 통신업체들은 하나같이 영상휴대폰을 주제로 내걸었다.

삼성과 LG는 독립 부스를 만들어 놓고, 현장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상대방과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IMT2000 영상휴대폰을 시연해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통신이 개설한 한국관에는 성미전자.에이스테크놀로지 등 국내 중견 업체들이 저가의 최첨단 초고속 인터넷 장비를 전시해 첫 날부터 바이어들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일본업체들은 톡톡튀는 아이디어 제품을 내놨다. NTT도코모가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거의 완벽하게 이용하는 제품을 선보였고, 파나소닉이 손목시계형 영상휴대폰을 보여줬다.

산요가 통신기능을 내장해 개발한 디지털카메라는 이 카메라에서 찍은 화면을 저 카메라로 전화를 걸어 보낼 수 있도록 돼있다.

아이티벤처의 조명환씨는 "산요 카메라는 전자제품이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어떻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 라고 지적했다.

미.유럽업계에선 모토로라가 휴대폰으로 가정의 가전제품을 콘트롤 하는 기술을, 에릭슨이 액정화면을 가진 팜탑PC만한 미래형 휴대폰을 각각 선보였다.

◇ 위성휴대폰 대중화〓글로벌스타 등 위성을 이용한 휴대폰서비스도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할 글로벌스타, 내년 말 개시시점을 잡은 ICO 등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범세계 서비스 중 가장 먼저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이리듐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지만 글로벌스타.ICO 보다 저렴하고 보다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글로벌스타에 참여하는 데이콤의 정태철 부장은 "이번에 개발된 단말기는 섭씨 영하 10도부터 영상 40도까지 사용이 가능해 열대지방이나 추운 곳에서도 쓸 수 있다" 며 "대도시 위주로 서비스하다 영업부진에 빠진 이리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NEC도 ICO단말기를 출시했는데 현재 사용 중인 일반 휴대폰에 위성안테나만 끼우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 인터넷만이 살길〓마이크로소프트는 '호주머니속의 인터넷' 이란 개념을 들고나와 국가마다 서로 다른 방식의 휴대폰 안에 어떻게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깔 수 있는지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보여줘 '역시 MS' 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의 특수효과를 도맡아 온 미 실리콘그래픽스사는 3차원 입체영상기법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밖에 컴팩.시스코.불 등 인터넷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음성전화와 e메일을 합치는 통합메시징서비스에 힘을 실었다.

◇ 통신약소국의 대약진〓이번 행사에는 국제 정보통신분야에서 약세를 보여온 남아프리카공화국.터어키.이집트.포루투갈.인도 등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특히 인도는 자국의 풍부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내세워 미래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ITU의 요시오 우쓰미 사무총장은 "약소국의 적극 참여가 텔레콤 99를 더욱 빛나게 했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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