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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가오는 NGO의 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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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번주 한국 등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등 전세계 비정부기구(NGO)들이 '99 서울NGO대회' 를 위해 서울에 모였다.

이번 대회는 21세기 NGO의 바람직한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다. 더불어 NGO들이 다가오는 밀레니엄 시대에 더 한층 지구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이번 행사에는 몇가지 구체적인 목적이 있다.

첫째, NGO들은 유엔 회원국들이 지난 90년대 들어 열린 각종 NGO 대회의 취지를 얼마나 구체적 정책으로 반영시켰는지 여부를 점검할 것이다.

둘째, NGO들은 향후 유엔 및 유엔 산하기구와 정책 대화를 강화하고자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국가.세계 수준에서 활동하는 NGO들은 앞으로 더 한층 협력.교류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서울NGO대회는 경희대, 유엔 NGO 집행위원회, 유엔경제사회이사회 NGO협의회 등 세 단체에 의해 주최됐다.

대회 주제에서 나타나듯이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으로 NGO들은 과거 업적을 평가하고 현재 및 미래 도전들을 살펴봐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NGO와 유엔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사실 NGO가 직면한 많은 도전들은 지난 20세기에 그만큼 NGO의 힘과 영향력이 증가했기 때문에 나타났다.

전세계에서 NGO 부문은 갖가지 운동의 결합으로부터 성장했다. 그동안 NGO들은 도움이 필요한 약자들에게 자선을 베풀어 왔으며 사회개혁이 다수 시민을 이롭게 하고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공통된 인식에 헌신했다.

예컨대 중남미 국가들에서 NGO 공동체는 억압적이고 부패한 정권들이 등장함에 따라 공동 대응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발전했다.

각국 정권들이 몰락했을 때 NGO 운동가들이 자연스럽게 정부 지도자로 선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프랑스.미국 등의 국가들에선 NGO들은 노동운동 등 사회변화를 위한 강력한 운동에서 발전했다. 자메이카 등 다른 나라에선 교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 자선단체들이 NGO로 부상했다.

이들 자선단체는 단순히 사람들을 돕는 것이 결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빈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전세계 NGO는 그 수가 수백만개에 달하며 형태와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국제사면위원회(AI)처럼 각국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는 국제 NGO들이 있으며 개별국가에서 활동하는 국가적 수준의 NGO도 있다.

이와 함께 자원은 부족하지만 빈곤.차별.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가장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는 지역 공동체 수준의 NGO들이 있다. 지역 NGO들은 인권.보건.교육.환경 등 광범위한 이슈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NGO의 수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뿐더러 개별국가나 국제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실로 대단하다.

대부분의 경우 각국 정부와 국제지도자들은 NGO와의 협력관계를 환영하고 있다. NGO는 각 정부가 할 수 없는 과업을 떠맡을 수 있으며 정부가 얻을 수 없는 정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NGO.정부기구, 그리고 국제기구들이 공동으로 벌이는 난민돕기 운동이 협력관계의 구체적 사례다. NGO는 금융.법.정치 등의 이유로 정부.국제사회가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와 국제기구 대표자들은 NGO들이 자신의 활동과정에서 내리는 결정이나 활동방식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점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불행히도 NGO의 권리를 제한하고, 심지어 NGO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국가들도 비록 많지는 않지만 점차 늘고 있다.

또한 몇몇 국가들에선 정부들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등 다양한 이슈들에 관해 협력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인권 등의 영역에선 NGO의 활동을 꺼리고 있다.

유엔에서는 창립 이후 줄곧 NGO는 유엔 관련 프로그램.기구와 어깨를 나란히 해 왔으며 관계는 분명 생산적이었다.

NGO 지도자들은 이러한 관계가 향후에도 더욱 증대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NGO 영향력의 증대와 함께 유엔 회원국들이 NGO 활동가에게 갖는 불편한 감정들도 깊어졌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NGO들의 일차적 목표는 전세계에 NGO가 공공선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알리는 일이다. 세계시민을 대변하는 NGO의 목소리는 전세계 곳곳에 전달돼야 한다.

니콜스 레베카<유엔경제사회이사회 ngo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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