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안잡히고 일본해역 넘으면 낭패…장어 통발어선 '진퇴양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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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요즘 장어잡이 통발어선 선주.선원들은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황금어장인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들어 가 봐야 일본어선에 통발이 훼손당하는 바람에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

게다가 우리 쪽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은 고기가 없어 '헛 그물질' 만 한다. 통발어선의 경우 어획고 중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선주와 선원이 절반씩 나눠 갖는데 이처럼 고기가 잡히지 않자 선주.선원 모두가 울상이다.

일본 쓰시마(對馬)서쪽 13~23마일 해역에서 지난달 8일부터 장어잡이에 나선 부산선적 통발어선 103 우영호(18t.선장 明동재)는 통발을 훼손 당해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케이스.

쓰시마쪽 일본 영해에 붙여 쳐 놓은 통발 2천5백 개가 일본어선들이 설치한 그물과 엉키면서 일본어선이 통발 연결 줄을 잘라버리자 통발이 모두 일본쪽으로 흘러가 버렸다.

일본측에 항의, 일본 영해에서 겨우 2백 개만 찾았고 나머지를 찾느라 조업을 하지 못했다. 선장 明씨는 "나흘간 밤낮으로 통발을 찾느라 지쳐버린 선원 8명 중 4명이 하선해 버려 선원 보충에 애를 먹었다" 고 말했다.

우영호 선주 金광석(41)씨는 "5일이나 고기잡이를 못한데다 통발(개당 1천2백원)마저 훼손당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8월 이후 일본 EEZ에서 조업하다 통발을 훼손당한 어선은 우영호를 포함, 모두 6척. 일본 EEZ 밖에서 조업하는 부산.경남선적 통발어선 50여 척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일본 EEZ 어획쿼터(척당 평균 11t)는 확보했지만 채산성이 없어 입어를 포기한 상태다.

이들은 울며 격자 먹기로 우리 나라 해역에서 조업을 해보지만 고기는 잘 잡히지 않고 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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