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대책 후속보완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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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금융시장은 일단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투신사의 급매물 출회가 뜸해지면서 금리가 보합세를 보이고 종합주가지수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시장안정을 속단하기는 아직도 요원하다.

이번에 마련한 대책내용들은 근본대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해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앞으로 조그만 악재에도 시장이 휘청거릴 소지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우채권 처리와 투신사의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둔 채 눈앞의 현상만을 제어하는 대증 (對症) 요법만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이번 대책의 핵심인 10조~20조원의 채권시장 안정기금 조성을 놓고 은행들이 소극적이고, 보험사들은 출연거부 움직임을 보이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 기금으로 투신사들이 쏟아내는 급매성 (急賣性) 채권들을 사주고 은행들의 직접매입을 유도하면 금리 오름세도 진정되고 투신사들의 자금사정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호응한다고 쳐도 문제는 보험사들이다.

고객의 돈으로 불량채권을 매입해 나중에 이들 채권이 부실화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기금을 출연할 기관들과의 사전양해도 없이 기금조성 계획부터 허겁지겁 발표한 데서 또 한번의 졸속을 읽는다.

금융시장의 안정여부는 추석연휴 직전인 내일까지 사흘간이 중대고비다.

이번주 안에 조성된 기금에 의한 채권매입이 집행되고, 대우의 워크아웃 대상 12개 계열기업에 대한 처리방안도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로 사태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와 기관들간의 기민한 공조 (共助) 체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번 대책으로 투신사들은 채권형 사모펀드나 클린MMF를 설립해 기관투자가 및 개인들로부터 거액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등 경영안정 기반도 강화됐다.

그러나 이는 체력보강을 위한 영양공급일 뿐 근원적인 수술과는 거리가 멀다.

투신사 부실을 막는 채권 시가평가제는 금융불안의 '태풍의 눈' 이었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합의를 어겨가며 이의 유보를 검토키로 한 것도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워 '환자' 를 연명시켜 놓고 보자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전체 판이 뒤엎어진다면 투신사의 구조조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마침 제일은행 매각협상도 타결되고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투신사와 은행.보험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관 이기주의를 자제하고, 정부 또한 치밀한 후속.보완조치로 이번 대책을 제때 뒷받침함으로써 정책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전체 금융시장을 상승 장 (場) 으로 이끄는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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