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피랍된 탈북자 진경숙씨 함경북도 보위부로 끌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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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이가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난 8일 북한으로 피랍된 탈북자 진경숙(24)씨의 어머니 박신애(58)씨와 남편 문정훈(26)씨는 27일 서울 창전동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로 진씨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재일동포로 도쿄(東京)에서 살다 1960년 15세의 나이에 입북했다는 박씨는 "내가 그때 아버지를 따라 북으로 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박씨의 남편은 북한에서 사망했으며 이들 모녀는 2002년 10월 탈북해 한국으로 왔다.

그는 "좋은 세상에 왔으니 늦게라도 남들처럼 신혼여행을 다녀오라고 떠밀어 보낸 것이 잘못"이라며 울먹였다. 진씨 부부는 2002년 9월 결혼한 뒤 신혼여행을 미뤄오다 지난달 여행길에 올랐다. 박씨는 "내가 대신 북으로 갈 테니 딸아이는 돌려보내 달라"고 절규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몸싸움 끝에 납치범들을 뿌리치고 두만강에 뛰어들어 가까스로 화를 면한 남편 문씨는 "혼자 살아 돌아온 것이 죄스럽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엄마만 찾는 두살짜리 아들을 볼 때면 아무 할 말이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두만강변 중국 땅에서 북측 인사를 접촉하려 했던 것에 대해 문씨는 "평소 아내가 청진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을 그리워했다"면서 "허모씨의 안내로 사촌동생에게 가족의 소식을 전해줄 북측 인사를 접촉하려다 납치됐다"고 설명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은 "허씨는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밀무역상으로 추정된다"며 "허씨가 지난 25일 전화를 걸어와 '2000달러만 있으면 진씨를 구해낼 수 있다'고 말해 기대했으나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도 사무총장은 "최근 중국 측 소식통을 통해 진씨가 함경북도 보위부로 압송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부의 적극적 대처와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권연대는 국제 비정부기구(NGO)와 연대해 유엔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는 한편 정당.외교통상부 등을 방문해 대책을 촉구할 계획이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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