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새 대법원장.감사원장 지명…지역성 최대한 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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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대법원장.감사원장 인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집권 2기의 큰 틀에서 숙고한 결과" 라고 설명했다.

사법개혁과 정부 공공기관의 경영개선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인물을 金대통령이 '인선의 우선 기준' 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호남이냐 아니냐의 출신지는 선택의 주요 요소가 아니었다고 청와대측은 강조한다.

최종영 (崔鍾泳.강릉.전 대법관) 대법원장.이종남 (李種南.서울.전 법무부장관) 감사원장 지명자는 호남 출신이 아니다.

특히 이종남 지명자는 사전에 거명되지 않은 '의외' 의 인물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입법.사법.행정 3부, 감사원 책임자를 보면 호남.TK (박준규 국회의장).강원.충청 (김종필 총리).서울을 망라했으며, 역대 어느 정권 때도 이런 적은 없다" 고 설명했다.

崔지명자의 발탁배경에 대해 청와대측은 그의 두드러진 개혁적 접근자세와 인화를 꼽고 있다.

박준영 (朴晙瑩) 대변인은 "서울 민사지법 재직 때는 집중심리제를 도입했고, 법원행정처장 재직 때는 영장실질심사제도를 도입했다" 고 설명했다.

그와 金대통령은 정치적 격변기에 인연이 있다.

서울고법 판사 때 (76년) 崔지명자는 명동성당 구국선언으로 기소된 金대통령이 제출한 재판부 기피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로 인해 崔판사는 대구고법으로 전보, 사실상 좌천됐다.

"金대통령은 崔지명자의 그같은 소신을 높이 평가했다" 고 관계자는 말했다.

때문에 "金대통령은 사법개혁을 놓고 언제든 자신과 조율이 가능한 인물을 골랐다" 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金대통령과 李지명자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李지명자는 법무부장관 (91년) 을 그만둔 뒤 정치입문을 하지 않고 공인회계사 회장을 맡았고, 변호사쪽보다 저술과 대학 강의에 힘을 쏟았다.

그의 그런 점을 "金대통령이 높이 샀다" 고 朴대변인은 전했다.

그것은 감사원의 변화 움직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감사원의 전신인 심계원 (審計院) 의 이름처럼 사정 (司正) 보다 정책회계 등 '경제감사' 쪽에 비중을 두고 정부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金대통령의 구상이 인선에 반영됐다고 한다.

감사기능에 경영마인드를 도입, 사후 처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 대법원장 임기는 6년, 감사원장은 4년이다.

金대통령은 지난번 위촉한 윤형섭 (尹亨燮) 반부패특위원장과 이들을 통해 "사법개혁.공공기관 혁신.공직사회 부패척결을 밀어붙일 것" 이라고 청와대측은 전했다.

목포상고 출신인 金대통령이 강릉상고 출신의 崔전대법관과 덕수상고 출신의 李전법무부장관을 지명한 것도 이채롭다.

시드니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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