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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집같은 직장 '사무실 혁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서울 삼각지의 한강로소방서 뒷골목에 있는 한 가정주택. '닉스 인터넷사업부' 란 문패를 단 문에 들어서면 최신 인기곡인 베이비복스의 '겟업' 이 들려온다.

잔디가 깔린 정원엔 하얀 파라솔 아래서 20대 젊은이들이 회의를 하고, 그 옆에는 빨래를 너는 직원도 보인다. 파스텔 톤으로 치장한 안방에는 여직원이 커피를 마시며 마우스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이곳은 청바지 업체인 닉스 인터넷 사업부문의 사무실. 30여명의 직원이 아예 가정집을 통째로 사들여 사실상 본사로 활용하는 것이다.

김성헌 (金聲憲.32) 서비스기획팀장은 "직장이라기보다 집 같은 분위기" 라며 "언제든지 침대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궁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분위기" 라고 소개했다.

'사무실 혁명' 이 분다. 안방은 '사장실' , 거실은 '기획실' , 오디오.게임기.농구대는 '기본 비품' 인 가정 주택형 사무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신세대의 벤처기업이 늘면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닉스는 단층 '석류나무 집' 으로, 광고회사인 화이트는 서울 역삼동 영동전화국 뒤편의 2층짜리 '등나무 집' 으로 각각 유명하다.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길목에 있는 인터넷 업체 이포인트도 2층 주택이다.

이포인트의 게임개발실은 지하 차고에 있다. 요즘 유행하는 PC게임방과 다를 바 없이 젊은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게임에 열중하고 있으며, 그 옆에는 간이침대가 있고 정원엔 농구대도 마련돼 있다.

근무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화이트에는 넥타이를 맨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이 분야에서는 할아버지 (?) 뻘인 40대의 공동대표 세 사람조차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다.

직급도 없다. 공동 대표 외에는 모두가 동등한 직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20대 초반의 여직원이 회의에서 대표이사에게 최근 유행하는 우스갯소리를 들려주자 참석자들이 책상을 치며 웃는다. 물론 가장 재미있는 소재는 바로 광고카피 아이디어로 쓰인다.

회의 도중 한 직원이 게시판에 붙어 있는 인근의 피자가게로 전화를 걸어 출출함을 달래기도 한다.

최근 SK텔레콤 광고로 히트를 한 화이트의 조동원 (趙東源.42) 공동대표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생명인 광고.인터넷업계는 사무실 분위기부터 달라야 한다" 고 설명했다.

종전 제조업 분위기의 콘크리트 사무실에서는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없다는 것. 이포인트 사무실은 그야말로 대학가의 하숙집 분위기다. 직원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가 하면 아래.위층을 오가는 직원간의 호칭도 '형' 이나 '승구' 등 이름으로 부른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책상 위엔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컵라면이 있다.

이들이 최근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데는 이런 창의적인 사무실 분위기가 한몫 했다는 평이다.

조명진 (曺明辰.46) 이포인트 사장은 "자유로우면서 책임지는 분위기" 라며 "겉으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직원들이 알아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등 업무효율은 훨씬 크다" 고 소개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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