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타결후 우리가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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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미사일발사 저지를 둘러싼 북.미간 협상이 '원칙적' 타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아직은 합의내용 전문이 발표되지 않아 구체적 사안을 따질 수는 없지만, 큰 틀에서 볼 때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의 원칙은 확인됐다.

총론의 원칙적 합의에서 각론의 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도 많은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우선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잠정적' 으로나마 미사일발사를 중단한다는 사실은 큰 성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공동발표문은 양측의 '잠정조처' 로서 ①양자관계를 증진시키고 ②평화와 안정을 위한 긍정적 환경조성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양자관계' 란 제네바 합의정신에 따라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과 관계개선 일정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긍정적 환경조성' 이란, 미국은 북한에 경제제재 해제, 식량지원 등 우호조처를 취하고 북한은 잠정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북.미협상은 고위급회담의 틀 아래서 외교회담, 미사일회담, 경제회담 등 성격이 각기 다른 다차원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미사일 회담만 보더라도 잠정중단인지 완전 중단인지, 미사일의 생산.배치.수출문제는 어떻게 다룰지 사안마다 민감하고 중요치 않은 것이 없다.

이런 회담들이 동시다발로 전개될 때 과연 우리는 뭘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대중 (金大中) 정부의 한반도 냉전구조해체 구상은 이처럼 긴 프로세스의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기 보다는 지금부터가 대북정책의 시작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

북한의 대외접촉이 대미 (對美).대일 (對日) 로 다양화 되면서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소외될 공산이 크다.

대미 실질협상이 세분화되고 지난 8.15 이후부터 북의 대일 협상신호가 나오면서 통미.일 (通美.日) , 봉남 (封南) 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을 수도 있다.

미.일의 대북 협상내용과 속도에 우리가 얼마나 깊이 협의하고 공조할 수 있느냐에 따라 남북관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진 한.미.일 공조가 원만히 진행중이지만, 우리에겐 긴요한 일을 미.일이 소홀히 다룰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3국간 공조체제는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는 상황인식이 정부내에 필요하다.

따라서 새롭게 변화될 북의 대외협상 다변화와 병행해서 남북 당국간 대화채널을 어떻게 복원하느냐가 우리가 해야 할 긴급과제다.

이를 위해 중단된 차관급회담을 복원하고 이미 북이 제안한 남북고위급정치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사전조율을 시작해야 한다.

무조건 선심을 쓴다고 대화국면이 조성되는 게 아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내는 미국의 유연한 대북협상 자세에서 우리도 뭔가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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