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익치 구속 놓고 숨가빴던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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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증권 이익치 (李益治) 회장 구속을 둘러싸고 8, 9일 검찰내 분위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등 숨가쁜 상황이 연출됐다.

청와대는 李회장을 불구속시키라고 검찰에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까지 나돌자 몹시 곤혹스러워 했다.

◇ 청와대 = 박준영 (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 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절차에 따라 조사를 하고 있다" 며 "그것은 청와대가 왈가왈부할 성격이 아니다" 고 잘라 말했다.

朴대변인은 며칠 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

李회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방침이 알려졌을 때다.

그러나 공식 부인에도 불구, 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내 주요 관계자들이 사견이지만 李회장 불구속론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사정관계자는 얼마전 "현대측 소명자료에도 일리가 있다" 고 말했다.

즉 주가를 올려놓았으나 아직 팔지 않아 차익을 현금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李회장 구명론자들의 논리는 그가 경제회생에 일조했다는 '공로 참작론' 이다.

더욱이 현대는 현정부 들어 빅딜 등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대접' 을 받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 것들이 청와대 압력설을 증폭시켜 왔던 것이다.

◇ 검찰 = 수사가 본격화한 뒤 검찰이 생각한 '그림' 대로라면 李회장 구속은 피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영장청구 직전인 9일 오전까지도 구속 여부가 확정되지 않을 정도로 막판까지 반전을 거듭했다.

李회장을 구속하면 겨우 회생하려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경제위해 (危害) 론' 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 이같은 논리가 요로를 통해 검찰 수뇌부에 전달되면서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수사팀은 수뇌부가 흔들리는 낌새가 느껴지자 구속 불가피론을 강변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수사 실무책임자인 서울지검 이훈규 (李勳圭) 특수1부장은 9일 오전 수사검사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모아 '구속 불가피' 라는 확고한 뜻을 재확인했다.

李부장은 회의 직후 임휘윤 (任彙潤) 검사장을 찾아가 일선검사들의 '후퇴불가' 의지를 전달했으며 이를 전해들은 박순용 (朴舜用) 검찰총장이 최종 결단을 내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수사팀의 핵심 논리는 李회장 불구속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지휘 혐의로 이미 구속된 현대증권 박철재 (朴喆在) 상무가 李회장 지시를 받은 것으로 밝혀진 마당에 윗선을 잡아넣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는 주장을 폈다.

이연홍.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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