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에 밀리는 세제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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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정이 확정해 발표까지 한 세제개편안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이 잇따른 제동을 걸고 있다.

여당의원들은 최근 재정경제부와 가진 예산 당정회의에서 과세특례제 폐지와 관련해 정부의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세금이 올라가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심하다" 며 "도대체 정부가 선거를 망치려는 것이냐" 고 목소리를 높였고 일단 정부로부터 당의 의견이 종합되면 검토해 보겠다는 답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부가세는 도입때부터 정치권이 가장 예민했던 세제로, 다시 '선거의 계절' 을 맞아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여당측은 영세사업자에게 세금이 올라가는 것처럼 오해가 많은 만큼 과세특례 폐지 문제를 당분간 덮어두고 선거부터 치르고보자는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 같은데 이는 세제개편의 명분을 크게 훼손시킬 뿐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실제 부가세가 개편돼도 전체 부가세 과세사업자 280만명가운데 영세사업자 103만명은 세금을 안내고 10만명 정도가 세부담이 늘어나게 되어있다.

여당이 구멍가게 개인택시운전사 등 영세자영업자까지 세부담이 늘어난다고 하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이다.

과세특례제도는 소득은폐의 중요 소지가 돼온 것이 사실이고 조세불공평의 원인으로 그동안 비판의 표적이 돼왔다.

더구나 지난 봄 국민연금 파동과 의료보험 통합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자영업자들의 정확한 소득파악을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극심했다.

선거를 의식한 정책제동은 금융소득 종합과세시행연기, 주세인상안 결정유보 등 여러 곳에서도 나타나고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만해도 2002년 시행결정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가능한 한 뒤로 밀고싶다는 뜻을 보여왔다.

또 소주세율에 대해선 결론을 못내리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부가세는 과거정권도 지난 96년 14대 총선을 앞두고 간이과세라는 옥상옥 (屋上屋) 의 제도를 만들어 고질적인 세제왜곡을 더 자초한 경험이 있다.

이번 과세특례폐지방안은 더욱이 여당이 당초 선거에 영향이 많다며 결론을 유보했다가 당정협의로 내년 7월부터 시행키로 결론을 냈던 일이다.

합의했던 일을 허물기 시작하면 다른 계층이나 이해집단에서 문제를 들고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특히 세제처럼 이해가 민감한 제도를 선거 때만 되면 정책의 골격을 흔들어서야 혼선만 부르지 득표에도 도움이 되지않을 것이다.

정부안이 모두 잘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세제개편이 총선에 밀려서야 조세개혁은 물건너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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