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산길목서 YS도 대선자금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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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무대 이전공사 비리 사건으로 94년 구속됐던 조기현 (曺琦鉉) 전 청우종합건설 회장이 92년 대선을 앞두고 빌려준 35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에 대해 가압류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曺전회장은 이에 불복해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金전대통령도 대선자금 시비에 휘말리게 됐다.

지난달 19일 서울지법에 제출한 가압류신청서에 따르면 曺전회장이 金전대통령의 자금지원 요구를 받은 것은 92년 9월. 한나라당 金모의원의 안내로 상도동을 방문한 曺전회장은 '대선후 갚을테니 돈을 빌려달라' 는 金전대통령의 자금지원 요구를 받고 며칠 뒤 국민은행 서여의도지점에서 발행한 5억원짜리 수표 한장을 건넸다는 것이다.

曺전회장은 그후 같은해 10월에도 불교계 지원 명목으로 추가지원을 요구해와 네차례에 걸쳐 30억원을 서의현 (徐義玄) 전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지만 金전대통령측은 지난 4월 강남 P호텔에서 비서관을 통해 3천만원만 돌려주며 '나머지는 구속 중인 홍인길 (洪仁吉) 전 의원이 나오면 주겠다' 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민사72단독 문광섭 (文珖燮) 판사는 지난 1일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 등 대여사실을 입증하는 소명이 없다" 며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金전대통령 대변인역인 한나라당 박종웅 (朴鍾雄) 의원은 "金전대통령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은 적은 있으나 결코 돈을 빌린 적은 없다.

진실은 재판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민주산악회가 출범하는 중요한 시기에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에 대해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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