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의 치열한 생존현장…'신갈나무 투쟁기'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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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흔히 참나무로 알려진 신갈나무. 이 나무는 도토리 열매를 맺는 참나무속 (屬) 의 낙엽 활엽교목으로 떡갈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굴참나무 등과 함께 참나무류로 분류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참나무' 란 속 (屬) 의 명칭일 뿐 그런 이름의 나무는 없는 것이다.

이름조차 헷갈리기 십상인 이 신갈나무의 투쟁기가 나왔다.

바로 '신갈나무 투쟁기' (지성사.1만5천원)가 그 것. 나무가 싸움을 한다면 믿길까 싶지만 신갈나무가 한평생 살면서 치러내는 조용하면서도 기나긴 투쟁, 그것은 한 편의 역동적인 드라마 그 이상이다.

산림생태학자 전승훈 (37.경원대 조경학부 교수).차윤정 (33.환경설계연구소 연구원) 씨 부부가 나무와 숲을 찾아 헤맨지 10여년. 그들은 우리 숲의 새 주인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신갈나무의 치열한 삶을 둘만이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기에 그 일생을 더듬는 투쟁기를 써냈다.

이 투쟁기는 소설적 형식을 취한다.

나무에 관한 책들이 보통 딱딱한 전문서나 자원으로서의 실용서라 그 대중적 흡인력이 아쉬웠고 그렇지 않다면 아늑한 쉼터로서 혹은 문화사적 이해의 대상으로서 나무 이야기가 주류였다.

하지만 이 책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을 써내리듯 신갈나무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일대기를 묘사하고 있어 주인공 신갈나무가 겪는 고통과 희열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물론 '신갈나무 투쟁기' 는 식물 전반에 대한 이해를 위해 쓰여진 책이다.

정의하자면 식물간의 치열한 생존경쟁 현장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식물의 식생도 이해하도록 만든 식물 생태보고서다.

그래서 소설적 구성과 함께 식물의 특성과 상식 등 관련 정보들은 곳곳에 글 상자를 따로 마련,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책 전편에 펼쳐지는 2백여장의 초록빛 사진도 시원스럽다.

이 사진들은 저자들이 온 산을 오가며 직접 찍은 것들로 그 자체만으로도 숲으로의 여행이 된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를 같이 졸업한 전라도 출신의 남편과 경상도 출신의 아내가 만들어낸 신갈나무의 투쟁기에서 그들이 은근히 드러내는 메시지는 이렇다.

"나무로부터 받는 위안은 도피적 위안이 아니라 지구 생물들의 숙명적 삶을 이해함으로써 얻는 공감적 위안이어야 한다" .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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