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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아닌 명예회복·포상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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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권이 추진하는 과거사 진상 규명법의 윤곽이 잡혔다. 명예회복과 포상에 초점이 맞춰진다.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따라서 '화해와 용서에 법 제정의 취지가 있다'는 문구가 법안에 명문화된다.

진상 규명 대상도 개별 사건들을 명시하지 않는다. ▶해방 전▶1945~61년▶61년 이후 등 기간만 3단계로 구분키로 했다. 법 제정 후 진실 규명 과정에서 단죄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논란을 방지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열린우리당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과거사 관련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이름도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기본법'으로 결정했다. 이달 말까지 성안된다. 정기국회 통과가 목표다.

이 법은 기존의 과거사 관련 특별법의 모법 형태가 될 예정이다. 현재 과거사 관련 특별법은 13개가 있다. 친일진상규명법, 제주 4.3 특별법, 동학 농민혁명군의 명예회복법 등이다. 새로 만들어질 과거사 진상 규명법은 이런 법들을 총괄하게 된다.

따라서 추가 규명 대상은 종전처럼 일일이 새 특별법을 만들지 않고 과거사 진상 규명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진상규명 기구 내에서 조사가 이뤄진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명예회복과 포상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화해와 용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가해자를 포함한 관련자에 대해 '사면소위'와 '복권 및 보상소위'를 별도로 가동시킬 계획이다.

또 진상규명 작업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성.중립성.형평성.신뢰성.공개성을 기구 구성의 5대 원칙으로 확정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26일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방침은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역사적 사실을 있는 사실대로 밝히고 명예회복과 포상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한 취지를 과거사 규명법에 적극 수용키로 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이 명예회복을 부각하는 이유는 과거사 규명이 여야 간 정쟁으로 비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당의 관계자는 설명했다. 명예회복을 위한 사실 규명의 과정을 통해서도 단죄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좌파 독립운동가의 명예회복과 관련해 재단이나 기념관 등을 건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원혜영 과거사진상규명 TF 단장은 좌파 독립운동가들의 진실 규명과 관련, "민족의 이름으로 독립유공자들을 새롭게 선정하는 것이 과거사 규명법 제정의 진정한 취지"라며 "예컨대 몽양 여운형 선생 같은 분이 사회주의 계열이라 독립운동가에서 배제됐는데 이런 것도 제대로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독재니, 유신이니, 긴급조치니 따지면 산업화 과정까지 옳았는지를 따져야 하는 등 끝없는 논쟁이 생긴다"며 "명백히 국가권력이 행한 불법적 행위만 다룰 것"이라고 과거사 진상규명의 범위와 관련해 선을 그었다. 한편 보훈처는 26일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적극 발굴해 포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그러나 좌익 독립운동가들 중 해방 후 월북해 북한 건국에 참여했거나 북한 정권에 적극 협조했던 인사들은 포상 대상에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용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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