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연루 이은혜씨 '속죄낙향'…거창에 전세마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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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책임지는 공직자 아내의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시골에 가 텃밭을 일구며, 제 자신을 되돌아 보렵니다. "

옷로비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김정길 (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인 이은혜 (李恩惠.46) 씨가 농사를 짓겠다고 밝혔다.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도 없었다" 는 게 낙향의 이유라고 그녀는 강조했다.

옷로비에 연루된 장관부인 등과 라스포사.앙드레김 의상실 등에 동행,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李씨는 5일 "최근 막내 기쁨이 (7) 와 단둘이 생활할 경남 거창의 전세집 계약을 마쳤으며, 밭농사 지을 땅을 알아보고 있다" 고 말했다.

시골행은 옷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 6월초 이미 결심했으나 시아버지 간호 때문에 그동안 미뤄왔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시아버지는 李씨가 증인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지난달 25일 별세했다.

李씨는 고관부인들의 행태에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죄,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그동안 겪은 마음 고생 등을 털어 놓았다.

"사실보다 부풀려진 점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던 때에 장.차관 부인들이 의상실.디너쇼에 떼지어 돌아다닌 것이 부끄럽습니다. 야당 원내총무 부인 때는 미국 대통령 참석 만찬에 동대문시장 옷을 입고 가도 당당했는데 장관 부인이 되더니 슬슬 욕심이 생겼나 봅니다. 남편과 시댁 어른들께도 고개를 들기 힘들었습니다. "

그녀는 한 언론사에서 밤중에 찾아와 "밍크코트가 있는지 확인하자" 며 장롱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을 때 가장 치욕적이었으며, 자매처럼 지냈던 장관부인들이 당당히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늘 가슴 아팠다고 했다.

李씨의 낙향 시점은 12월 초순께. 지금 살고 있는 분당의 아파트를 팔고 남편과 대학생인 둘째딸이 함께 지낼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李씨는 "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 거나 '내년 선거를 의식한 행동 아니냐' 는 말이 생기지 않겠느냐" 는 질문에 "남편에게도 정치를 그만두고 함께 시골에서 살자고 말하고 있다. 언제까지 농사일하며 사는지 지켜보면 알 일" 이라며 말을 거두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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