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피플] 美학자 '빅풋'찾기 아마존 탐사 1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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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키 2m로 큰 곰만한 덩치에 원숭이 얼굴. 온몸을 감싼 붉은 털. 울음소리가 마치 천둥소리 같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야자수를 일격에 쓰러뜨린다 - 이름 빅풋 (Bigfoot) .'

미국의 동물학자 데이비드 오렌 (62) 이 15년째 아마존 정글을 뒤지며 찾고 있는 괴물이다.

오렌 박사는 엽총.칼 등으로 무장한 채 보트를 타고 아마존강을 오르내린다.

고대부터 원주민들 사이엔 빅풋이 외눈에 담배를 즐기며 사람의 뇌를 즐겨 먹는 '비초 (포르투갈어로 짐승)' 로 알려져 있으며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퍼져 있다.

수명의 원주민이 빅풋에 희생됐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최근 수주간 빅풋을 봤거나 수목을 뒤흔들고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는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고무채취 원주민들의 목격담이 50여건이나 들어오면서 오렌 박사팀은 무척 긴장된 상태다.

길이 11인치 (약 28㎝)에 폭이 5인치 (약 13㎝) 나 되는 발자국도 여러개 발견됐다.

하버드대와 예일대에서 생물학.조류학을 전공한 오렌은 20여년전 박사학위 취득 자료수집차 브라질을 찾았다.

아마존 밀림에서 빅풋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그는 큰 흥미를 느꼈고 아예 이곳에 주저앉게 됐다.

그의 빅풋 찾기는 단순한 학문적 목적만이 아니다.

지구 최대의 밀림지대인 아마존을 '사수' 하는 환경운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마존에 눈독 들이고 있는 개발업자들에 맞서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서는 희귀동물의 서식처라는 명분을 내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빅풋이 자주 출몰한다는 바라 지역은 CVRD라는 광업회사가 채광권을 주장하며 원시림을 불도저로 밀어붙일 태세를 하고 있다.

오렌 박사는 빅풋이 8천5백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포유동물 '자이언트 나무늘보' 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고대 문헌과 정글에서 채취한 빅풋의 털.분비물을 DNA 검사한 결과, '빅풋은 8천5백년 전 사라진 자이언트 나무늘보가 생존해 있는 것' 이란 잠정결론을 내렸다.

밀림에서의 생활은 죽음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95년말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맸고 그외에도 독충에 시달려야 한다.

미 과학잡지 디스커버 9월호는 그의 활동을 상세히 보도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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