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맴도는 野비주류에 이회창 총재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의 제2창당 작업은 외견상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일을 맡은 '뉴밀레니엄위원회' 는 오는 6일 '새천년 열린광장' 을 열어 시민.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로 하는 등 일단 순항 중이다.

당내 다른 쪽에서도 제2창당과 관련한 특별한 잡음이 들리지는 않는다.

물갈이 불안감 등으로 어수선한 국민회의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꼭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비협조적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비주류 인사들은 아주 냉소적이다.

다만 이들이 공개적으로 시비를 걸지 않기 때문에 큰 소란없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인적 구성은 복잡하다.

90년 3당 합당 세력 중 공화계를 뺀 민정.민주계가 잔존하는데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합친 민주당 세력과 97년 신한국당 경선 때 출마한 일부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계파들이 뒤섞여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비주류다.

핵심인물로는 조순 (趙淳) 명예총재, 이한동 (李漢東). 김윤환 (金潤煥) 의원, 이기택 (李基澤) 전 총재권한대행, 서청원 (徐淸源). 강삼재 (姜三載) 의원 등이 꼽힌다.

이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나 공통점은 제2창당을 위해 적극 힘을 보태지 않는다는데 있다.

한결같이 당사에 얼굴을 비추지도 않는 것도 닮은 꼴이다.

趙명예총재와 이한동 의원은 여권 신당에서 줄기차게 손을 내밀고 있다.

李의원측은 제2창당을 '이회창 당' 만들기쯤으로 보고 있다.

김윤환 의원측은 "총선 승리를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 면서도 정작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李총재 주변에선 이를 'TK지분 챙기기용' 시위쯤으로 여긴다.

李전대행은 당을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공천에서 옛 민주당 몫 30%는 움켜쥐겠다는 의도 같다.

서청원.강삼재 의원은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 사람들로 민주산악회 재건을 위해 뛰고 있다.

이들을 의식한 듯 李총재는 31일 "제2창당 과정에서 당내 갈등도 분출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제2창당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내하겠다" "일단 당론이 결정되면 다른 길은 용납않겠다" 는 등 단호함을 보였다.

물론 설득과 타협도 병행할 방침이다.

李총재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