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들여짓고 시설비 3억못내 '4.19도서관' 문못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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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9억여원의 막대한 정부예산을 들여 건립한 '4.19혁명 기념도서관' 이 시설비 3억여원을 제때 확보못해 준공 11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이에따라 도서관을 찾았다 헛걸음을 한 학생.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비난전화도 하루 수십통에 이르고 있다.

종로구 평동 적십자병원 인근에 지하 2층.지상 7층 연건평 2천2백10평 규모로 자리잡은 기념도서관은 지난해 10월 준공됐으며 지난 4월 16일에는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까지 치렀다.

하지만 건물 일부를 일반에 임대해 수익금으로 책.걸상 구입등에 드는 시설비를 충당하려던 당초 계획이 IMF이후 임대료 폭락으로 불가능해진 데다 주무 부처인 보훈처도 예산확보 등에 적극 나서지 않아 개관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

4.19유족회와 함께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는 4.19혁명부상자회 송호 (宋浩) 부회장은 "평당 3백50만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임대료를 1백50만원 밖에 받지 못해 개관조차 못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현재 지하 1.2층에 입주해 있는 음식점 3곳과 3~7층을 통틀어 쓰고 있는 사설입시학원의 임대료는 모두 합쳐 보증금 3억9천8백만원에 월세 2천1백63만원. 당초 임대계획에 없던 3, 4층까지 세를 줬는데도 예상했던 보증금 10억원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나마 받은 보증금마저 건물 건축비로 사용해 시설비는 한푼도 없는 실정. 이에따라 국가보훈처가 예산청에 3억여원의 시설비를 청구했지만 지난해말 전액 삭감당한 후 도서관개관 준비작업은 중단됐다.

4.19혁명희생자유족회 나복수 (羅福洙) 사무총장은 "학생으로서 배움을 다하지 못하고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서관 개관이 자꾸 늦어져 고인들께 죄송한 심정" 이라고 말했다.

4.19 기념도서관이 들어선 곳은 원래 4.19당시 부통령이었던 이기붕 (李起鵬) 씨의 집이 있었던 곳. 82년 건물 소유권과 운영권을 국가로부터 넘겨받은 4.19 유족회와 부상자회는 95년 11월 건물 재건축에 들어가 지난해 10월 완공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 예산안을 상정, 지원을 받게 되면 내년 4.19전에는 도서관 개관이 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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