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 정일순씨의 상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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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일순 (鄭日順) 라스포사 사장은 과연 대통령 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양 호가호위 (狐假虎威.남의 권세를 빌어 위세를 부림) 했을까.

한나라당이 옷 사건 청문회에서 규명에 역점을 둔 이 대목을 鄭씨는 25일 증언에서 전면 부인했다.

23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씨가 나왔을 때만 해도 상황은 한나라당의 의도대로 되는 듯 했다.

裵씨는 "鄭씨가 이 옷은 청와대 들어갈 옷이다.

청와대에 일주일에 몇번씩 들어간다고 하는 등 자기를 과시하는 말을 들었다" 고 진술한 것. 裵씨는 한걸음 더 나아가 " '지난번에 (영부인이 해외에) 나가실 때 입은 옷이 바로 이 디자인이다' 는 말도 했다" 고 증언했다.

게다가 裵씨는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 편지를 영부인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鄭씨로부터 들었다" 고 말했다.

裵씨 증언대로라면 鄭씨는 당시 고관부인들 사이에 상당히 영향력 있는 인물로 행세한 셈이 된다.

鄭씨의 이런 모습 때문에 남편이 외화밀반출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이형자씨가 鄭씨에게 접근했다는 것이 한나라당측에서 제기한 의혹이다.

그러나 鄭씨는 우선 李여사와의 특별한 관계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야당시절엔 영부인이 저희집도 오셨지만 청와대 들어가신 이후엔 아니다" 면서 "높은 사모님인데 어떻게 만날 수 있었겠나" 라고 말했다.

단지 남편 매장인 클라라윤에 가서 옷을 사간 것은 들었다는 것. 鄭씨는 문제의 '편지' 존재도 "전혀 거짓말" 이라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한편 鄭씨는 "의상실을 하려면 입이 싸면 안된다" 면서 자신의 고객을 밝히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한영애 (韓英愛.국민회의) 의원이 "고객중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부인 한인옥 여사도 있지 않느냐" 는 질문에 "지난 97년 대선 경선때 와서 옷 서너벌을 사갔다" 며 "그 사모님도 날 좋아했는데 이렇게 알려져서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른다" 고 덧붙였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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