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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 청문회] 증인에 신문받은 한영애의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건가. " (한영애) "지금 그것 때문에 청문회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 " (이형자) "연정희씨는 30년 동안 검사부인으로 지냈다.

어떻게 옷값 대납을 요구할 수 있겠나. " (한영애) "옷값 대납 요구가 불의 (不義) 해서 안줬다면 칭찬을 해야지 왜 야단치느냐. " (이형자) 국민회의의 기대주 한영애 의원이 25일 옷 로비 청문회에서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씨와 나눈 문답의 한토막이다.

韓의원의 추궁이 큰 효력을 갖지 못함을 알게 한다.

韓의원이 "내가 이것저것 다 알아봤다" 며 崔회장의 사법처리는 신동아그룹의 부실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주장하자 이형자씨는 즉각 "증거를 들어달라" 고 맞받아쳤다.

예상못한 역습에 韓의원은 "나중에 보여주겠다" 며 말을 흐렸다.

이 대목에선 韓의원이 오히려 신문을 당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의원들을 거세게 몰아붙이던 국민회의 '해결사' 韓의원이 옷 로비 청문회에선 지도부의 기대에 못미치는 것 같다.

차분한 논리로 진실을 캐려고 하기보다 지나치게 한쪽만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을 여권 내부에서도 할 정도다.

검찰 수사결과와 일치되는 증언을 하면 눈에 띄게 유화적인 신문을 하고 반대의 경우엔 증인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보여 진상규명 의지에 의구심이 생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韓의원은 질문 도중 의상실과 사람 이름을 틀리게 부르기도 했다.

야당도 韓의원에 대한 경계심을 푸는 모습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고락을 함께 하며 산전수전을 겪은 여장부도 생중계 청문회에서는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韓의원은 정일순씨 신문에서 다정다감한 태도로 접근, 鄭씨를 또 한번 낙루 (落淚) 케 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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