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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포장에도 ‘스토리’를 입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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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훗,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여유롭게 나서는 건 일일 연속극에서 나올 법한 일 아닐까요. 보통 알람을 끄고 더 자다가 눈썹 휘날리며 뛰어 나오잖아요? 택시비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1초가 급한데, 왜 꼭 내 앞엔 모범택시만 있는 건지…. 울며 겨자 먹기로 타고 말았다는, 그래서 오늘도 간신히 세.이.프 ;-ㅁ-) 꼬르륵’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 있는 글이 아니다. 코카콜라가 지난 6월 출시한 글라소 비타민워터 에센셜 플레이버 제품의 라벨에 담긴 문구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일반화하면서 제품 포장에까지 이를 적용한 제품이 늘고 있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관심사를 소재로 톡톡 튀는 내용을 골라 브랜드나 제품을 소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라벨’이 대표적이다.

◆향수 이름이 ‘소피아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 이 회사 보디크림의 이름은 ‘터치 미 덴 트라이 투 리브(Touch me then try to leave)’. ‘만져봐, 그리고도 떠날 수 있으면 떠나봐’라는 뜻이다. 지난달 출시된 향수 ‘크리센트 로우’도 독특한 제품명으로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사용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섬싱 어바웃 소피아(something about sofia: 소피아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마이 플레이스 오어 유어스 지나(my place or yours gina: 오늘 밤 우리 집으로 아님 너희 집으로, 지나)’ 등이다.

이 브랜드는 ‘재미있는 화장품’이라는 컨셉트와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힘입어 24개국에서 930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판매 물품으로 화면을 빼곡히 채우던 온라인 쇼핑몰도 변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온라인 CJ몰에 ‘오 트렌드(O’Trend)’라는 코너를 추가했다. 유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쉽게 받아들이는 25~34세 소비자를 공략하려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상품과 콘텐트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이트는 패션·인테리어·여행·자동차·식품에서 애완 동물·음악·영화에 이르기까지 최신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제공하면서 관련 상품을 추천한다. 프랑스 여행기를 읽다가 그곳에 갈 수 있는 상품이 궁금해지면 옆 배너를 클릭해 CJ몰 여행상품 코너로 이동하는 식이다. 김은진 상무는 “젊은 층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요령있게 쇼핑하는 데 능숙한데, 앞으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쇼핑몰의 개념을 마음에 드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르는 형태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익살스러운 이름이 소비자 끈다= 국내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주로 제품명이나 광고에 주로 도입됐다. 총각네 야채가게가 매장에서 상품의 이름을 그대로 쓰지 않고 ‘이문세가 잘 먹는 당근’ ‘나도 붉은 악마 고추’ ‘울릉도에서 아시아나 항공으로 오늘 아침에 직송한 오징어’ 등의 문구를 사용한 것도 여기에 속한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원두커피에 관한 4가지 진실’이라는 캔 커피를 내놨다. 아라비카 원두를 쓰고 대나무 숯을 사용해 로스팅을 하며 커피의 향을 살리려고 원두를 한번만 추출한다는 내용을 색다른 이름과 함께 용기에 표기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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