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주요도시에 '퇴물' 전차 다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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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선진국 주요 도시에서 노면전차 (路面電車)가 부활하고 있다.

한때 자동차 소통에 방해된다며 퇴물 취급 당했던 전차가 산뜻한 맵시로 행인들과 어울려 다니고, 이미 뜯어냈던 선로도 다시 부설되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 (廣島) 시내에는 노면전차가 18.8㎞의 도심을 돌아다니며 매일 18만명을 실어 나른다.

나가사키 (長崎)에서도 11.5㎞의 선로를 따라 매일 5만8천여명이 노면전차를 이용한다.

노면전차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내 대량수송 능력을 바탕으로 도시 교통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경전차가 설치된 후 도심 교통량이 30%나 줄기도 했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당 건설비가 15억엔으로 지하철의 5%도 안될 정도로 낮아 경제성도 갖췄다.

아울러 소음이 적은데다 승용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 질소산화물도 30%정도에 불과해 환경공해가 거의 없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기술진보에 힘입어 속도도 빨라지고 쾌적한 운행이 가능한 LRT (Land Rail Transit) 란 첨단 시스템도 선보이고 있다.

캐나다의 에드먼턴시는 지난 78년 신형 LRT를 도입한 뒤 노면전철을 버스와 철도, 지하철과 연계하는 복합수송이 가능해지면서 도심의 자동차 소통이 훨씬 원활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파리와 런던.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홍콩 등도 앞다투어 LRT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80년에는 전세계에서 노면전차가 다니는 도시가 3곳 남짓 했지만 올해 5월말에는 23개국 54개 도시로 늘어났다.

현재 노면전철 부설을 검토중인 도시들도 50개에 이른다.

이철호.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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