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 과학] 소한테 물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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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에게 뜻밖의 손해를 입으면 '소한테 물렸다' 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엉뚱한 일을 당했을 경우에도 쓰이는 속담이다.

소는 성질이 유순해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정작 화가 났을 때도 발로 밟거나 차거나 뿔로 받긴 하지만 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소의 턱과 이는 무엇을 꽉 물게끔 설계돼 있지 않다. 소가 풀을 뜯는 것을 보면 풀을 물고 고개를 위로 쳐드는데 이는 아래턱에만 이가 있기 때문. 긴 풀을 혀로 말아 포개서 아래턱의 앞니로 갈라서 먹는데 조잡하게 씹어서 일단 위로 보낸다.

먹이는 첫째 위인 혹위로 들어가 둘째 위인 벌집위로 서서히 옮겨 간다. 벌집위의 점막에 있는 패인 곳에 걸린 먹이는 작은 경단 모양이 돼 입으로 되돌아 간다.

이 과정이 되풀이된 후 잘 씹혀진 먹이는 벌집위 옆의 겹주름위를 통과할 때 더욱 으깨지면서 주름위로 보내진다.

주름위에서는 많은 양의 소화액이 분비돼 소장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완전히 소화된다. 다른 동물의 이의 역할을 하는 것이 위인 셈이다.

소는 인류 최초의 식용가축. 개는 소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람과 함께 살았지만 식용이라기보단 위험을 알려주는 이점 때문에 가축이 된 것이라 보는게 학자들의 견해.

기원전 8000~5000년에 유럽에 살고 있던 '오오록스' 라는 야생소가 기원전 2500년에 여러 종류의 품종으로 나뉘고 다시 각기 우수 품종으로 개량을 거듭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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