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3일…터키 현장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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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7일 터키 북서부를 강타한 강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19일까지 사망 4천53명, 부상 1만8천3백52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고 터키 정부 위기관리센터가 18일 밝혔다.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는 18일 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터키를 지원하기 위해 모두 2억2천만달러의 차관을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구조작업이 본격화하면서 현지에서 눈물겨운 소식들이 생생한 르포로 전해지고 있다.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일가족 7명과 함께 건물 잔해 속에 갇혔다가 18일 32시간45분만에 피투성이로 구조된 하피제 쿠르트 (22.여) 는 구조대가 다가오자 "곁에 있는 아버지를 먼저 구해달라" 고 요청, 재앙 앞에서도 식지 않는 뜨거운 인간미를 보여줬다.

하지만 1시간이 넘는 추가작업 끝에 구조대가 밖으로 끄집어낸 아버지 에민은 8살 된 막내아들과 함께 이미 숨져 있었다.

쿠르트는 "지진이 시작되자마자 아버지가 나와 남동생을 가슴에 안고 웅크린 채 무너져내리는 천장더미를 온몸으로 막았다" 고 전하고 "구출 직전까지 아버지가 계속 내 손을 꽉 잡고 있는 바람에 용기를 내 고통과 공포를 이겨냈다" 고 말했다.

영국 더 타임스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눈물겨운 광경이다.

이스탄불의 7층짜리 아파트의 2층 베란다에서 나와 새벽바람을 쐬던 무자파 알리는 지진이 나면서 땅으로 떨어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그는 건물이 무너지면서 네 자녀와 부인이 매

몰돼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아픈 몸을 이끌고 주변의 다른 건물에서 매몰자 수색작업에 나서 주변을 감동시키고 있다.

AP통신이 전한 현장 르포다.

이스탄불에서 1백50㎞ 떨어진 아다파자리시에서는 잔해더미 속에 깔린 생후 12일 된 여자아기가 울음소리를 들은 택시기사와 피난가던 주민들이 자신의 일을 제치고 구조작업에 나서는 바람에 간신히 생명을 건져 할머니 품에 안겼다.

하지만 이 아기의 부모는 모두 사망했다.

17일 발생한 터키 지진의 진앙지 이즈미트시에는 현대자동차 터키공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인 기술지원요원 8명이 당시 직원숙소인 아파트에 머물고 있었으나 모두 무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18일 이스탄불로 빠져나왔다.

그중 한명인 최효철 과장은 "47초간의 강진이 계속되면서 아파트 건물이 좌우로 거의 2m 가량이나 움직였다" 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선임자인 서상쾌 차장은 "그 와중에도 직원 전원이 공장으로 달려갔는데 내진설계 덕분인지 벽에 약간의 금이 간 것을 빼고는 이상이 없었다" 고 밝혔다.

하지만 주변 건물들은 모두 완전히 무너져 지진의 강도를 실감했으며 현지 근로자 수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스탄불에서 하루를 쉰 다음 공장을 돌보기 위해 19일 구호물자를 싣고 다시 이즈미트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스탄불 = 연합,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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