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애널라이즈 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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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8일 개봉될 새 영화 '애널라이즈 디스' (Analyze this) 는 로버트 드 니로와 빌리 크리스탈이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는 드 니로가 갖고 있는 어둡고 무거운 이미지를 뒤집어 놓았고 기존 영화에서 묘사돼온 갱스터 (조직폭력배) 의 무게를 경쾌한 유머로 털어냈다.

먼저 뉴욕 최고의 마피아 보스 폴 비티 (로버트 드 니로)가 신경쇠약에 걸려 비밀리에 정신과 의사 벤 소볼 (빌리 크리스탈) 을 만나 상담치료를 받는 이야기 설정이 평범하지 않다.

폭력적인 조직간의 암투를 견뎌내야 하는 갱스터가 자꾸 마음이 여려져 걸핏하면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회유는 물론 협박까지 동원해 의사의 신혼여행지까지 따라오는 폴 비티와 그 때문에 결혼식을 두번씩 망치게 되는 의사 사이에 벌어지는 해프닝이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드 니로와 크리스탈이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조화를 이뤄냈다.

다정한 부자지간을 묘사한 장면 끝에 '당신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겠습니다' 라는 카피를 내세운 모투자회사 TV광고를 보며 폴 비티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 그와 소볼 박사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에 대해 주고받는 대사에서 재치가 엿보인다.

의리.충정.카리스마 등 갱스터들의 미덕으로 평가돼왔던 가치들이 영화에서는 웃음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포장된 자아' 보다 '그대로의 자아' 가 주는 삶의 의미를 설파한 주제도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영화 전체에 힘을 주기보다는 두 배우의 연기와 대사의 행간에 힘을 실은 이 영화는 자칫 한 편의 밋밋한 코미디쯤으로 여겨질 우려도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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