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급 된 장관들 “지식·경험 살려 국민에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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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처 장관과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희(71·사진 왼쪽) 박사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립과천과학관장에 내정됐다. 이 자리는 2급 국장직이다. 장관과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거물 정치인이 직급을 크게 낮춰 공직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6일 교과부에 따르면 공모에서 관장에 내정된 이 전 장관은 8일 임명될 예정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규모로 개관했다. 교과부는 과천과학관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고 적임자를 찾아왔다. 이에 따라 과학관장 공모에 앞서 관장 추천위원회를 활성화해 적임자를 찾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과학계 원로들이 이 전 장관에게 정중하게 관장직 응모를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과학관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장직을 공무원들이 단순히 거쳐가는 자리로 남겨서는 안 된다는 안 장관과 과학계 원로들의 의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이러한 권유를 받고 정계와 학계 등에 의견을 구했으며 일부에서 “격에 맞지 않는다”고 만류했음에도 공직을 통한 경륜 봉사를 위해 응모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과천과학관장으로 내정된 데 대해 “지금까지의 경륜을 살려 과학계의 꿈나무와 국민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과학관과 박물관이 많은 나라일수록 선진국으로, 학교 교육이나 시험보다 생활 속에서 과학을 대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 나라의 미래는 과학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색을 띤 시민단체도 정부가 지원하는 마당인데, 세대를 아우르는 교육시설인 과학관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과학관 지원 법률을 통과시켜 예산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이 전 장관은 동아제약 개발담당 상무이사를 거쳐 11·12·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8~89년엔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냈다. 현재 대한변리사회 회장, 세계사회체육연맹(TAFISA) 회장, 가천의과학대 석좌교수 등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옛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배순훈(66·오른쪽)씨도 자신이 장관 시절 관할하던 부처는 아니지만 직급을 낮춰 2급인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응모해 지난 2월부터 관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미술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관심을 살려 국립현대미술관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배 관장은 미국 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과학기술인으로 대우전자 사장과 KAIST 경영대학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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