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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높아가는 중국과 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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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재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대만 문제다. 중국에선 강경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지금보다 더욱 독립지향적으로 나갈 경우 전쟁을 해야 한다는 주전론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얼마 전 대만 공격을 상정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군사 연습을 했다.

강경론이 나온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3월의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있다. 독립파인 천수이볜이 약 3만표의 근소한 차로 승리했다. 그러나 중국은 선거 전날 발생한 '첸수이볜 총격 사건'의 미해결, 무효표 34만표 가운데 약 4만표의 이유가 불투명한 점 등을 들어 선거 결과에 강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강경론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해 궁지에 몰렸다는 초조감이다. 그 배경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중국.대만 관계를 '현상 유지'하는 데 대한 양측 입장이 역전됐다. 원래'현상 유지'는 대만이 주장해 왔다. 중국은 경제를 중심으로 대만과의 일체화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통일을 추진하려 했다. 그런데 대만 내에서 내셔널리즘이 높아진 것을 배경으로 천수이볜이 독립을 강조하면서 주민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중국은 경제 등으로 공격을 강화하면 결국에는 대만 여론이 대륙 쪽으로 기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 이같이 움직일수록 대만 주민의 마음은 중국에서 떠나가고 있다.

둘째는 중국은 지금까지 대만을 국내 문제로 간주, 외국의 개입을 적극 배제해 왔다. 그런데 최근 천수이볜의 독립 움직임을 중지시킨 것은 중국이 아니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었다. 부시로선 이라크.북한 문제로 바쁜 터에 '대만 위기'까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중국은 6자 협의에서 북한 문제에 관여하는 대신에 부시에게는 천수이볜에게 압력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미국이란 국제사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현상 유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셋째는 중국 내의 미묘한 권력 균형과 관계가 있다. 종전에는 장쩌민(江澤民)이 대만 문제를 주관해 왔지만 최근에는 후진타오(胡錦濤)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 최고위층을 장악하고 있는 장쩌민은 여전히 대만 문제에 대해 막강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 대만이 독립 움직임을 강화하면 중국에선 군 중심의 강경파가 득세, 후진타오 지도부를 흔들 것이다.

그러나 전쟁을 벌이면 신용이 추락하고, 그동안 쌓아올린 경제적.국제적 지위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이 생긴다. 중국 지도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면 중국은 체면을 구기더라도 저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중국은 결국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대만 선거 전 천수이볜에게 압력을 넣었던 일본.프랑스.러시아 등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최근 대만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소수였지만 연방제 등 대담한 통일 방안도 제시된 것 같다. 홍콩.마카오는'1국 2제도'이지만 일종의 연방제다. 그렇다면 대만에 한해 연방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만 주민이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런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이해와 평화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

대만이 중국에는 국내 문제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동시에 국제 문제란 점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북한 6자 협의와 같이 대만이 포함된 국제협의체를 설치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중국.대만 이외의 국가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참가한다. 위기 관리의 장으로서 이 같은 메커니즘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선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감이지만 겉으로는 강경론만이 보일 뿐이다.

고쿠분 료세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