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자격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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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고이즈미 총리가 9월 21일 개막되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 같은 일본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는 51개국으로 출범한 유엔이, 세월이 흐르면서 191개국으로 확대되고 냉전이 종식된 상황을 반영해 적절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또 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에 과점된 유엔의 기능이 변화된 시대에 맞게 적절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안보리 확대 개편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국제적으로 다양한 의견과 방안들이 나와 있다. 이중엔 현행 상임이사국이 과거의 세력판도를 반영하고 있으며, 대륙별 대표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제3세계.개도국.중소 규모의 대표 국가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와 유엔 분담금 비율 등을 들어 일본이 상임이사국에 추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의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틈타 이런 주장을 더욱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로 집단적 자위권을 배제하고 있는 평화헌법을 유지하고 있다. 상임이사국 진출은 필연적으로 일본 헌법 개정을 요구한다. 이는 또 일본을 전범 국가로 규정한 유엔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본이 정상 국가화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코자 한다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주변국의 아픔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치유의 작업,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반성과 그에 따른 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본은 기회만 되면 침략의 과거사를 왜곡하고, 종군 위안부 문제 등과 같은 야만적 과거사에 대해 부인과 외면으로 일관해 왔다. 최근 들어선 2차대전 일급 전범들의 무덤에 대한 총리의 참배도 정례화하고 있다. 이런 일본이 어떻게 국제적 지도 국가로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 하는가. 일본은 상임이사국 진출에 욕심내기 앞서 주변국과 아시아의 친구가 되려는 의지가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