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초점] 투신서 은행으로 돈흐름 바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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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이후 투신사로 주로 몰린 뭉칫돈이 대우사태 여파와 이에 따른 수익증권에 대한 신뢰 약화로 다시 은행권으로 흘러가는 등 '자금 대이동' 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현재 우려했던 수익증권 환매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투신사에 대한 고객 불신과 투신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경우 시중 자금흐름이 뒤바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미 8월 들어 투신사 공사채형 자금은 빠져 나오고 은행 예금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은행 총예금은 4조7천1백48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증가분 (1조6천9백2억원) 의 3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지난 7월 중의 증가규모 (3조7천4백72억원) 도 이미 넘어선 것.

예금 종류별로는 ▶요구불 예금 (보통.당좌) 이 9천9백37억원 ▶저축성 예금 (정기예금.적금.수시입출금식.상호부금.비과세 장기저축) 이 3조7천2백11억원 각각 늘어났다.

반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투신사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선 5조5천3백71억원의 자금이 빠졌으며, 이 기간에 주식형 수익증권은 1조7천4백11억원이 늘었으나 증가세는 둔화됐다.

주식형 수익증권은 올 2분기중 18조4천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인데 이어 7월에도 10조9천6백24억원을 흡수했었다.

16일까지 종금사의 뚜렷한 수신증가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수익증권 환매가 이뤄지면 종금사 수신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양종금 맹동준 팀장은 "연기금 등 기관에서 예금 상담이 들어 오고 있다" 며 "기관들이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환매가 이뤄지면 종금업계 수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은행 관계자들은 투신 수익증권에 대한 환매제한조치의 여파로 앞으로 투신업의 구조조정이 완료될 때까지는 투신사에 추가수탁이라든지 환매자금의 재환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정기 예금 등으로 수익증권 환매자금을 끌어들일 전략을 짜고 있다. 하나.한미은행은 기간별로 수신금리를 0.2~0.4%포인트 정도 인상하는등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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