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역사 실력은] 下. 미국의 역사 교육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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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밀집해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곳 외곽 라크라센터에 살고 있는 곽도현(20)군은 고등학교 시절을 잊을 수 없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 재학 중인 그는 브레스센터 밸리 고교에 다닐 때 매일 저녁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한 500쪽 분량의 역사 교과서와 씨름했다.

매주 최소 50쪽가량 읽었고, 또 공부한 내용을 정리했다. 그래야만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미국인이라면 알아야할 기본적 역사 사실을 확인하고, 그것을 다양한 시각에서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국의 역사 교육은 주(州)에 따라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사회과목으로 통합돼 있으며, 유치원부터 12학년(한국의 고3)까지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미국사가 단순히 사회과목의 하나가 아니라 사회과목의 중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유치원에서 '자기.학교.집'에 대해 가르치고, 이후 그 범위를 세계지리.문화.역사로 확대한다. 이밖에도 학년별로 미국사.미국정부론.미국 민주주의 등을 따로 가르쳐 미국의 사회과목은 사실상의 미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태한(리버사이드대.인종학)교수는 "세계적으로 미국만큼 역사교육을 철저하게 하는 나라는 없다"며 "미국의 역사교육은 바로 세계전략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세계의 가운데에 놓고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중앙 집중적 교육제도를 선택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역사.지리 과목은 세계사 그 자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식민지를 경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집트 문명부터 그리스.로마.르네상스.근대.현대유럽까지 차례대로 훑고 있다.

반면 영국.일본.중국은 역사 과목이 사회 과목에서 분리돼 있다. 일본은 일본사를 통사적으로 가르치되 자국과 관련된 세계사를 학습하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영국도 세계사와 자국사를 함께 가르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김창호 학술 전문위원.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박정호.배영대.조민근(이상 문화부).하현옥(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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