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도전기 3국' 이창호, 마음이 무거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38기 왕위전 도전기 3국
[제6보 (106~131)]
黑.이창호 9단 白.이세돌 9단

한점 차이로 우승한 여자 양궁 결승전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가슴 떨리는 마지막 한발에서 10점을 적중시키는, 그리하여 단 한점 차로 금메달을 따내는 그 순간엔 궁사의 운명과 결부된 승부의 어떤 극치가 담겨 있었다.

이창호9단은 "승부는 당일의 기세(氣勢)"라고 말한다. 마음은 내 것이지만 수시로 변해 붙들어 매두기 어렵다. 결국 당일 판 앞에서 마음이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다. 한데 이 기세란 단어는 영어로 번역하기 곤란하다고 한다. 서양에는 기세를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바둑이나 양궁 같은 부동심(不動心)의 승부에 약한 이유가 여기 있는 것 아닐까.

이세돌9단의 손길이 빨라지더니 상변 흑진의 실낱같은 틈새를 110, 112로 파고들어간다. 이 장면에서 이창호9단이 A로 받지 않고 113으로 이은 것은 흐름에 대한 일종의 비틀기다.

하지만 검토실에선 고개를 갸웃하며 "자세가 좀 무겁지요. 오늘 이창호9단이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입니다"고 완곡하게 부정의 뜻을 드러낸다. 국후 이세돌9단도 "상변을 돌파해 기분이 좋았다. 이 대목에서 백이 조금이나마 우세해진 것 아닐까"라고 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도요타 덴소배 세계바둑왕좌전(우승상금 3억원) 8강전(25일)에서 이세돌9단과 최철한8단이 준결승에 올랐다. 이세돌은 중국의 저우허양9단에게 흑 불계승, 최철한은 일본의 유키 사토시9단에게 흑 2집반승을 거뒀다.

그러나 송태곤7단은 중국의 창하오9단에게 백으로 불계패했고 전기 우승자 이창호9단은 중국랭킹 2위 쿵제7단에게 흑으로 반집을 져 아쉽게 탈락했다.

이세돌-쿵제, 최철한-창하오의 준결승전은 27일 속개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