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처리 어떻게 되나] '국영'으로 새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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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차례에 걸친 공개입찰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인수자를 선정하지 못해 결국 대한생명은 국영보험사로 거듭나게 됐다.

정부로선 국민세금을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공개입찰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다지만 결과적으로 부실 금융기관 지정과 공적자금 투입이 늦어져 계약자만 잃고 막판에는 최순영 (崔淳永) 회장이 '깜짝쇼' 까지 벌일 빌미를 줬다는 비판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 파나콤은 왜 안되나 = 5일 崔회장과 손잡고 2조5천억원의 대한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발표했던 파나콤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주관한 3차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다.

파나콤은 당시에도 가격조건 등은 다 맞췄지만 정작 돈을 댈 능력이 있는지를 입증해보이라는 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파나콤은 일종의 펀드운용회사고 실제 전주 (錢主) 는 미국 뉴저지주의 연기금인데 이 연기금의 투자승인서를 받아오라고 했으나 이를 이행치 못한 것.

금감위 관계자는 "심지어 미국 뉴저지주 연기금 몇곳에 전화해 파나콤이란 회사에 대해 물으니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며 이런 회사에 대한생명을 맡길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 崔회장측 대응은 = 아직은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 경우 꼬투리를 잡을 부분은 우선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대한생명 공개입찰을 주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적 검토는 이미 공개입찰 전에 다 끝내놓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또 한가지는 3차 입찰 유찰을 문제삼을 수 있지만 이것도 파나콤이 정부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 부실 금융기관 지정 이후 절차는 = 일단 법적으로는 현재 주주총회나 이사회가 유효하기 때문에 곧바로 기존 주주 지분을 소각시킬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현 이사회에 오는 14일 정오까지 기존 주주 지분 소각 명령을 내렸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사회 직무를 정지시킨 뒤 곧바로 관리인이 관리인회를 구성, 소각명령을 집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 대한생명의 장래는 = 경영을 완전히 정상화시킨 후 매각이나 상장을 검토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경영정상화 시기는 공적자금 투입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데 부실 전체 규모인 2조7천억원을 한번에 넣더라도 1년, 절반만 투입하면 최고 5~6년은 걸릴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 미숙했던 처리과정 = 아무 실익도 없이 부실 금융기관 지정과 공적자금 투입을 늦춰 공개입찰도 망치고 崔회장의 반격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3차 입찰때 미국 메트로나 프랑스 악사 등 세계 유수 보험사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도 대한생명의 숨겨진 부실이나 崔회장의 소송 가능성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위 관계자의 고백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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