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후 채소·과일값은] 채소 보름간은 금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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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시금치. 상추. 대파. 오이. 호박 등이 '금 값' 이 돼, 당분간 식탁에 오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올 가을에 나오는 배.사과.감귤.감 등 과일 값도 앞으로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폭우.태풍의 영향으로 농산물 수급이 불안해 채소값이 폭등하는 등 주부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따라서 그 여파가 어떤 품목에서 얼마나 지속 될 것인지가 주부들의 최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 보름 정도면 가격이 안정될 듯 = 농림부 관계자는 "경기.강원도 등지에서 피해가 큰 농작물은 상추.오이.호박.가지 등" 이라며 "이들 품목은 물량부족으로 인해 시중에서 최소한 보름이상 강세가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상추.시금치 등 채소류의 경우 지금 당장 새로 파종한다 해도 빨라야 15~30일 정도는 돼야 상품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내주부터는 피해가 적은 지역에서 대체상품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와 이들 품목의 폭등세를 다소 진정시킬 것으로 유통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경우 포천, 남양주, 하남시 등 경기 북부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품목별로 최고 80%가 넘어 피해가 큰 이들 상품의 강세는 당분간 더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미나리의 경우 가락시장 내 공급 비중이 82%, 쑥갓 64%, 부추 66%, 상추 57%, 시금치 47%를 차지할 정도. 이에 따라 가락시장 내 도매가는 대파.미나리.열무 등이 최고 4~5배씩 폭등하는 등 대부분의 품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재래시장인 남대문시장과 주요 백화점 등에서도 금주 들어 시금치 한 근 (3백75g)에 2천원이나 하는 등 크게 올랐다.

◇ 덩달아 오른 배추.무.마늘.양파는 곧 회복 =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배추.무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농림부의 관계자는 분석. 따라서 물량 공급이 다시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되는 내주부터는 값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 봤다.

가락시장의 관계자는 "8월의 경우 시장 내 농산물의 반입 물량이 6천t에 달해야 수급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으나 최근의 폭우.태풍 등으로 무려 35%정도나 감소해 금주 들어 4천t수준 아래까지 줄었다" 며 "그러나 주말께부터는 산지 작업이 활발해 공급량이 예년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또 마늘과 양파는 이미 수확이 끝나 저장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배.감귤 등 비상 = 여름 과일인 수박.참외는 큰 변화가 없으나 배.사과.감귤.감 등은 큰 영향을 받을 전망.

신세계 백화점 과일 담당자는 "이번 태풍이 강한 바람을 동원했기 때문에 남부지방 과일산지에 큰 피해를 줬다" 며 "앞으로 배.사과 시세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이미 수확이 거의 끝난 여름 과일보다는 이제부터 수확에 들어갈 가을 과일의 시세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다 자라지 못한 배.사과가 떨어지고, 감은 가지가 잘려 나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가을 과일 값이 상당히 비싸 질 공산이 크다.

제주도의 감귤 농사도 문제가 생겼다. 비를 동원한 강풍으로 감귤이 가지와 잎 등에 부딪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 불량 감귤이 늘어났다.

제주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열매가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상처가 심해 당초 기대했던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며 "올 겨울 싱싱한 감귤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시세도 비싸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시래.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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