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세계 요가 홍보대사’ 재미동포 김수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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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원하는 일이 뭔지 명확히 깨닫고 용기를 낸 후부터 일이 잘 풀렸어요. 남들이 보기에 좋은 게 아니라 제 마음이 진정 원하는 걸 찾았더니 쉽게 행복해지더군요.”

나이키의 ‘세계 요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재미동포 김수진(미국명 레아 김·29·사진)씨의 말이다.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서울에 온 그는 자기 나름의 행복론이 확고하다.

그는 미국 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바로 투자관리회사에 입사해 금융업계에서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쌓아왔다.

그러다 그가 갑자기 인생 행로를 바꾸기로 결심한 건 2005년이다. “퇴근 후 요가 교실에서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저도 모르게 쌓였던 스트레스가 졸지에 터져버린 거지요. 실컷 울고 나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겠더군요.”

그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길은 어렵지 않게 찾았다. 퇴근 후 가장 큰 즐거움이었던 요가가 답이었다.

새로운 인생은 요가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시작했다. “탄탄한 직장 버리고 왜 그러느냐”는 핀잔도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런 결심을 한 데는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의 딸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 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그의 남동생인 김윤민씨 역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인의 길을 걷고 있다. ‘MYK’라는 예명으로 인기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명예 멤버’로 활동해왔다.

수진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저 요가 선생님이 되겠다고 얘기했을 때 부모님은 환영했다고 했다. “말하기가 두려워서 사람이 많은 레스토랑에서 얘기를 꺼냈어요.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지지 않도록 일부러 왁자지껄한 식당에서 자리를 만든 거지요.” 그런데 부모님은 그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찾았다니 잘 됐다고 오히려 너무 좋아했다는 것이다.

요가 강습교사 자격을 딴 뒤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스케줄이 꽉 찰 정도로 인기 강사가 됐다. 그는 “하루하루 사는 게 꿀맛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나고 자란 미국이 아닌 아시아 지역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홍콩으로 갔다. 거기에서도 곧 요가 강사로 자리를 잡고 활동했다. 나이키 본사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세계 요가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이후 중국부터 네덜란드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요가를 가르치는 ‘요가 전도사’가 됐다. 앞으론 한국에서도 활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누가 뭐래도 제가 행복하면 되잖아요. 수입은 예전의 절반도 안 되지만 원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어서 두 배로 행복한걸요. 불확실성이 두렵기는 해도 일단 답을 찾고 용기를 내면 별 것 아니라는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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