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레슬링 자매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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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레슬링에서 일본의 친자매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4일(한국시간) 48㎏급에 출전한 언니 이초 지하루(22.伊調千春.사진(左))는 은메달, 언니보다 무거운 63㎏급에 출전한 동생 이초 가오리(20.伊調聲.(右))는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다.

일본 아오모리현에 있는 어업 도시인 하치노헤에서 태어난 자매는 다섯살과 세살 때인 1987년 아버지 손에 이끌려 함께 레슬링 체육관에 나가기 시작했고,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땀을 흘렸다. 동생 가오리가 더 재능이 있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차례나 우승했고, 이번 올림픽에도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언니 지하루는 큰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다. 그것도 원래 51㎏급인데 올림픽에는 51㎏급이 없어 48㎏급으로 감량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언니는 선전했다. 올림픽에서 함께 금메달을 따자는 동생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지하루는 끈질긴 투혼으로 예선을 통과했고 결승에서도 이 체급의 최강자 이리니 멜레니(우크라이나)와 접전을 벌였다.

경기는 2-2로 비겼고 연장까지 돌입했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결국 판정에서 심판이 멜레니의 손을 들어 금메달을 놓쳤다.

이후 벌어진 63㎏급 결승에서 사라 맥만(미국)과 만난 가오리는 예상과 달리 고전했다. 먼저 점수를 내주다 후반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가오리는 "언니가 졌기 때문에 경기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어지러웠다. 그러나 관중석에서 꼭 금메달을 따라는 언니의 간절한 응원이 들리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초 자매의 선전 덕에 일본은 여자레슬링 4체급에서 금 2개와 은 1개, 동메달 1개를 따는 성과를 올렸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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