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40년 눈엣가시' 카스트로 건재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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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과 캐나다는 쿠바선수에 대한 망명회유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 " 피델 카스트로 (72) 쿠바 대통령은 26일 시엔푸에고스에서 열린 쿠바 혁명발발 46주년 기념식에서 목청을 높였다.

미국과 캐나다가 캐나다의 위니펙에서 열리고 있는 팬 아메리칸 게임에 참가한 쿠바 선수들을 푸대접하고 심지어 망명까지 회유하고 있다는 것.

카스트로가 캐나다를 비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는 캐나다가 최근 미국과 함께 쿠바 당국의 반체제 인사탄압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카스트로의 이같은 발언은 계속되는 쿠바난민 발생.쿠바 운동선수들의 망명 등에 대한 쿠바 당국의 우려를 방증하는 것이다. 40년 공산체제에 누수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쿠바 당국은 실제로 지난 3월 저명한 반체제 인사 4명에 대한 비공개 재판을 했으며 반체제 활동가 40여명을 체포하는 등 초강경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카스트로는 또 지난 5월 자신의 분신인 펠리페 페레스 로케를 외무장관에 임명, 자신의 권력기반 및 대외정책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했다.

왕을 제외한 국가수반으론 최장기 집권 중인 카스트로는 미국의 뒷마당 카리브해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며 40년째 미국에 맞서고 있다.

미국은 카스트로를 제거하기 위해 수차례 반정부 쿠데타와 암살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 오히려 카스트로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역효과만 냈다. 미국은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 등 유화책을 쓰고 있지만 쿠바 정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최근 미 재계를 대표해 쿠바를 방문한 토머스 도노휴 미 상공회의소 대표는 "쿠바가 자본주의를 껴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고 토로했다.

분석가들은 '사회주의가 아니면 죽음' 이라는 카스트로의 모토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카스트로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쿠바의 공산주의 체제는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쿠바는 카스트로' 라는 말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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